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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8화

화영은 병원을 나와 차를 몰고 도로로 들어섰으나 막상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모두가 화영이 신수를 병원에서 챙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라, 지금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잠시 후 휴대폰 화면 위로 뉴스 알림이 튀어 올랐다. 오늘 모운산에 절을 찾은 사람들이 몰려 산길이 막힐 정도로 인파가 가득하다는 소식이었다. 화영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시동을 다시 걸었고 정처가 없다면 차라리 절에 가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운산으로 향했고 도착했을 땐 이미 점심 무렵이었다. 역시나 어느 곳이든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이대로 사람들 틈을 따라 정상까지 올라가 절에 닿으려면, 부처님 얼굴을 보는 데만 해도 밤이 되었을 것이다. 화영은 차를 적당한 곳에 세운 뒤 과감하게 뒷산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뒷산 길은 최근 몇 년 안에 새로 닦은 길이라 평탄하고 넓었고 주변도 한적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산골짜기 곳곳에 아직 녹지 않은 채 남아 있었고, 나뭇가지 끝마다 맺힌 얼음꽃은 햇살을 받아 오색 빛으로 반짝였다. 경성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 모든 것이 잿빛으로 고요했지만, 멀리 바라보면 삭막함 속에서도 묵직한 겨울 산의 아름다움이 살아 있었다. 조금 더 걸으니 민박집 몇 곳이 보였다. 이 계절은 성수기만 못해도, 집집마다 문 앞에 단 복조리와 정성껏 꾸며 놓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날카롭고 무채색인 겨울 풍경 속에서 알록달록한 복조리들이 포인트처럼 보였다. 상향객 중 일부가 이쪽 민박에 들렀는지, 주인은 오늘의 특별 메뉴를 환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화영은 가장 구석진 민박집을 골라 2층 노천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주인이 내어준 메뉴판을 보고 몇 가지 음식을 골라 점심을 해결했다. 식사를 마친 후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자, 다시 조용한 뒷산 풍경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때 민박집 주인아주머니가 올라와 말했다. “앞쪽은 오늘 사람 너무 많아요. 저렇게면 절까지 올라가긴 힘들어요.” 이에 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은은하게 웃었다. “그럼 여기서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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