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85화
바람이 희유의 짧은 머리를 흐트러뜨렸고 머리카락이 눈앞에서 제멋대로 흩날렸다.
문득 예전에 명우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났던 장면이 떠올랐다.
오늘 못 온다던 말이 사실은 깜짝 등장해 놀라게 하려는 연출일지도 모른다고, 잠시 기대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만치 나무 아래 검은 차 한 대가 서 있을 뿐이었으나 명우의 차는 아니었다.
희유의 얼굴에 스친 표정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래서 머플러를 한 번 고쳐 매고는 조용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차 안에 앉아 있던 명우는 희유가 뒤돌아보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 얼굴에 스친 실망까지도 또렷하게 보였다.
순간적으로 모든 걸 내던지고 차에서 내려 희유 앞에 서고 싶었다.
돌아왔다고, 여기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다면 희유는 분명 환하게 웃으며 달려와 안겼을 것이었다.
아이처럼 들떠서 한참을 떠들었을지도 몰랐다.
명우는 이미 그 웃음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몸이 굳은 사람처럼 꼼짝도 못 한 채 차창 너머로 희유를 바라볼 뿐이었다.
희유가 등을 돌려 멀어지고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명우는 그제야 온몸의 힘이 빠져버렸다.
고개를 뒤로 젖혀 좌석에 기대고 두 눈을 꼭 감았다.
미세하게 떨리는 눈꺼풀이 불안함과 비통함을 드러냈다.
명우는 단지 희유를 잃게 될까 두려워 슬픈 것만은 아니었고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깊숙이 밀려왔다.
‘내가 사라지면 희유는 어떻게 될까?’
명우는 목요일에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희유는 다시 주말까지 기다렸다.
그 사이 명우는 유난히 바빠 보였다.
먼저 연락하는 일도 드물었고, 밤에는 일이 많다며 영상통화도 끊긴 상태였다.
우한조차 미묘한 이상함을 느꼈지만, 희유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명우가 연락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라고 믿었다.
바빠서일 뿐이라고, 그 외의 가능성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토요일, 희유는 윤정겸의 집에 들렀다.
날씨가 점점 추워져 쇼핑하다가 캐시미어 스웨터를 두 벌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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