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33화
이에 명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막 문을 밀고 들어가려던 순간, 욕실 안에서 석유의 차갑고 날 선 목소리가 울렸다.
“들어오지 마요.”
명빈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안 들어갈게요. 옷만 줄게요.”
명빈은 다시 문을 살짝 밀어 팔 하나 들어갈 만큼의 틈만 벌리고는 그 틈으로 옷을 내밀었다.
그러자 곧 석유가 옷을 낚아채듯 가져가더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굳게 닫혔다.
그 모습에 명빈은 순간 놀랐다.
다행히 손을 빨리 뺐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더 큰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
속으로 짜증이 치밀었지만 화를 낼 수도 없었기에 명빈은 돌아서서 침대 쪽으로 갔다.
잠시 뒤, 석유가 욕실에서 나왔다.
석유는 옆에 있는 명빈을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밖으로 나가려 했다.
“석유 씨, 얘기 좀 하죠?”
명빈이 한 걸음 다가가 석유를 막아서자 석유의 눈에 번뜩이는 분노가 스쳤다.
석유는 손을 들어 명빈의 얼굴을 세게 내리쳤으나, 뜻밖인 점은 명빈은 그 손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
큰 키의 몸이 휘청이며 한 걸음 뒤로 밀리더니 명빈은 얼굴을 한번 만졌다.
붉어진 눈으로 석유를 힐끗 보며 음울한 시선으로 석유를 응시했다.
“내 잘못은 맞지만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석유 씨가 내 방에 있는 줄 몰랐어요. 나는...”
석유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에는 아무 감정도 남아 있지 않은 듯 텅 비어 있었다.
여기가 명빈의 방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던 증오는 김 빠지듯이 가라앉고, 대신 공허함과 서글픔이 밀려왔다.
‘왜 술을 마셨을까?’
‘왜 여기 남아 있었을까?’
‘출장 간 줄 알았던 사람이 왜 어젯밤 돌아왔을까?’
석유는 고개를 떨군 채, 쉰 목소리로 말했다.
“어젯밤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해요. 누구한테도 말하지 마요. 안 그러면...”
석유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가만 안 둘 거니까요.”
명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석유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고 끝까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문이 닫히자 명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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