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49화
말을 마친 석유는 그대로 서문의 방을 나섰다.
모든 사람이 엄마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석유는 서문을 위로할 수도 없었고, 그 이야기를 더 꺼내고 싶지도 않았다.
명빈은 마당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두 사람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서문은 이미 석유가 사준 새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치마나 레이스 달린 옷이 아니라, 보라색 운동복 한 벌이었다.
서문은 이목구비가 또렷한 편이라, 지금처럼 깔끔하게 차려입으니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진짜 예쁘네.”
명빈이 참지 못하고 감탄했고, 남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석유에게도 향했다.
그러나 석유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마당을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했다.
그때 권명숙이 돌아왔다.
권명숙은 석유와 명빈을 보고 다시 서문을 보더니 놀란 듯 말했다.
“이게...”
이때 서문이 달려가며 말했다.
“할머니, 언니가 머리 잘라줬어요. 예쁘죠?”
권명숙의 얼굴에 금세 미소가 번졌고 피로도 한순간에 사라진 듯했다.
“내가 자르라고 할 때는 안 자르더니 이제는 말을 듣네.”
말을 마친 뒤, 권명숙은 석유와 명빈을 바라봤다.
“고마워요. 우리 서문이 챙겨줘서 정말 고마워요.”
“괜찮아요.”
석유가 대신 말하지 않자, 명빈이 대신 대답했다.
권명숙은 주워 온 종이상자를 마당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앉으세요. 서 계시지 말고요.”
“아니요. 해도 저물었고 저희도 가야 해요.”
석유가 말했다.
“잠깐만요. 서문이 옷도 사주신 거죠? 돈 드릴게요.”
권명숙은 서둘러 방으로 들어가 돈을 가져오려 하자 석유가 따라 들어가며 말했다.
“괜찮아요. 제가 선물로 준 거예요.”
권명숙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서문이 옷은 친척이 준 헌 옷뿐이에요. 그 집은 아들이 있어서, 서문이도 늘 남자아이처럼 입고 다녔어요.”
“말은 안 했지만 싫어했을 거예요. 친구들이 놀릴까 봐 같이 놀지도 못하고요.”
권명숙의 목소리에는 힘없는 자책이 묻어났다.
“제가 제대로 못 챙겼어요.”
석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서문의 아버지는 안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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