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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1화

오랫동안 푹 끓여진 무는 이미 부드럽게 익어 있었다. 진한 육수가 깊이 배어 있으면서도 은은하게 달고 깔끔한 맛이었다. 명빈이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석유도 자기 몫을 집어 들고 먹기 시작했다. 명빈은 시선을 살짝 내린 채 앉아 있었는데 부드러운 빛이 길고 짙은 속눈썹 위에 내려앉았다. 그 그림자 너머로 눈동자에는 물결처럼 흔들리는 기색이 어렸다. 그러고는 낮게 입을 열었다. “내가 책임져야 해요?” 석유는 꼬치를 들고 있던 손을 멈췄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명빈을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침묵하다가 붉은 입술이 가볍게 열렸다. “스스로 거세하세요.” “커흡!” 명빈은 입에 물고 있던 무를 거의 토해낼 뻔했다. 그래서 급히 휴지를 꺼내 입을 막으며 놀란 눈으로 석유를 돌아봤다. 석유는 차분하고 냉정한 눈빛으로 말했다.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으면 용서해 줄게요.” 명빈의 눈은 물기가 맺힌 채 붉어져 있었고, 억울하면서도 화가 난 듯 석유를 노려봤다. “혹시 변태예요?” 그러다 갑자기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 나 좋아해요? 그래서 나를 여자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석유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고, 당장 이 어묵을 명빈의 머리에 쏟아붓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고 있었다. 그래서 차갑게 명빈을 노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변태는 본인 아닌가요?” 명빈은 무언가를 떠올린 듯 고개를 숙이고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깨가 들썩일 정도였다. 그러나 석유는 아무 말없이 다시 먹기 시작했다. 유리창에는 석유의 또렷하고 단정한 얼굴이 비쳤고 미간에는 미묘한 짜증이 스며 있었다. ‘역시 유치함은 전염되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한 석유는 이 남자와 거리를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둘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어묵을 다 먹고 편의점을 나왔을 때는 이미 완전히 어두워진 뒤였다. 직원은 손님에게 인사하고 교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석유 뒤를 따라 나오며 밝게 말했다. “석유 씨, 사실 여기 밤 풍경도 예뻐요. 좀 돌아다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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