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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4화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명빈의 잘생긴 얼굴에는 한층 부드러운 기색이 어려 있었다. 명빈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실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어요.” “당신 아버지는 그 사람들, 심지어 선생님들까지 회유했잖아요. 덕분에 학교에서 아무도 당신 못 괴롭히게 됐고요.” “그게 당신 아버지 방식이었던 거예요.” 석유는 옅게 입꼬리를 올렸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네요.” “당신 아버지는 사업을 정말 잘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문제를 생각할 때 단순히 화풀이로 접근하지 않는 거죠.” 명빈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느긋했다.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자기한테 이익도 가져오는 방식 있잖아요. 사실 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에요.” “당신은 아버지가 당신을 이용해서 브랜드 홍보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당신 문제를 해결하는 김에 브랜드 홍보도 같이 한 걸 수도 있죠.” “비슷해 보여도 완전히 같은 건 아니에요.” 석유는 고개를 숙인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명빈을 바라봤다.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전보다 약간의 리스펙 한다는 느낌이 섞여 있었다. “명빈 씨, 진지할 때는 꼭 다른 사람 보는 것 같네요.” 명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 인격이 있잖아요. 일도 마찬가지고요.” “근데 난 기분 좋은데요? 석유 씨가 바로 반박하지 않고, 진짜 생각해본 뒤에 내 의견을 인정해 줬으니까.” 석유는 순간 멈칫했다가 어색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려 운동장에서 농구하는 학생들을 바라봤다. “부끄러워하지 말아요. 별거 아니잖아요.” 명빈은 고개를 기울인 채 석유를 바라봤는데, 마치 여자의 당황한 반응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지금 칭찬하는 거잖아요.” 석유 눈빛에 짜증이 스쳤다. 석유는 손을 들어 그대로 명빈 얼굴을 향해 날리려고 하자, 명빈은 재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피했고, 그 입가의 웃음은 오히려 더 능글맞고 위험해졌다. “못 이기면서 왜 자꾸 손부터 올라가요? 이쯤 되면 나한테 작업 거는 거 아닌지 의심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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