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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1화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투둑투둑하는 빗소리를 제외하면 청원 전체가 고요했다. 이렇게 조용한 밤, 구택의 느긋하고 낮은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소희의 구택을 향한 그리움도 잠시 누그러졌다. 하지만 그리움은 더 깊고 짙게 밀려왔다. 구택은 다시 결혼 기념일 이야기를 꺼냈다. “올해 결혼 기념일도 같이 못 보내네. 진짜 아쉽다.” 그 말을 계속하는 것으로 보아 마음에 걸리고 있다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 그러나 소희는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같이 보낸 거나 마찬가지지.] 곧 구택이 낮게 말했다. “소희야. 보고 싶다고 해줘.” 애교 섞인 목소리가 유난히 부드러웠고, 소희는 조용히 대답했다. [보고 싶어. 엄청.] 소희는 정말 매 순간 그리웠다. ... 4월 29일. 아침부터 구택의 휴대폰에는 각종 생일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하지만 전부 확인하고 난 뒤에도 소희에게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아마 아침부터 아이들 챙기느라 정신없어서 잊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구택은 먼저 윤성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회의 끝나면 직접 소희에게 전화할 생각이었다. 오전 회의가 끝난 뒤, 진우행은 구택 뒤를 따라오며 업무 보고를 이어가다가 문득 말했다. “며칠 전에 비즈니스 와인파티 초대장이 하나 들어왔어요. 오늘 점심 일정인데, 잠깐 들르실래요?” 구택은 서류를 넘기며 담담하게 말했다. “적당한 사람 보내세요.” 오성에 왔다는 소식이 퍼진 뒤로 매일같이 초대장이 들어오고 있었다. 시간은 한정적이었고, 중요하지 않은 자리는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우행이 덧붙였다. “와인파티에서 소소하게 경매도 진행된다고 해요. 미리 봤는데 사모님 취향일 만한 보석이 꽤 있었거든요.” 그제야 구택이 고개를 들었다. “그걸 왜 이제 말하는 거죠?” 그러자 우행은 태연하게 답했다. “지금 가도 충분해요.” 구택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바로 출발하죠. 오후 일정까지 여유 있으니까 좀 있다가 와도 되겠네요.” “네. 바로 준비할게요.” 곧 운전기사가 차를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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