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41화
희유는 백하가 일부러 경찰들 들으라고 저런 말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유씨 집안이 괜히 자신을 괴롭힐까 봐 미리 압박을 준 것이다.
이에 희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가서 일하세요. 끝나면 제가 전화할게요.”
백하는 담담한 얼굴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희유는 경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시죠.”
경찰은 희유를 경찰서로 데려가지 않았다.
조사를 위한 장소는 작업기지 3층 회의실이었다.
아마 방금 희유 태도 때문인지 두 경찰 모두 희유에게 좋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
이동하는 동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그냥 절차상 조사일 뿐이에요.”
짧은 말 몇 마디였지만 희유는 이미 상황을 이해했다.
경찰 역시 사실상 유영선 죽음을 자살로 판단하고 있었다.
애초에 타살이 성립될 조건 자체가 없었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게 조사하는 건 단 하나였다.
유씨 집안이 딸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분풀이든 자기 위안이든 뭐든 어쨌든 이렇게라도 사람들을 들쑤시며 지금 감정을 풀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온 이상 현장 경찰들도 시키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간 순간 희유는 왜 조사 장소가 작업기지 안인지 바로 이해했다.
이번에 강화주로 내려온 사람은 유영선의 부모였다.
듣기로는 유영선 할아버지가 소식을 듣고 그대로 쓰러져 경성에 남아 오지 못한 상태였다.
유군호는 유영선과 꽤 닮아 있었다.
덩치 크고 살집 있는 체형에 얼굴은 음침하게 굳어 있었다.
경찰 두 명이 인사했지만 유군호는 눈꺼풀만 한번 움직이기만 하고는 그대로 의자에 앉았다.
박순영은 화려한 모피 코트를 입고 있었다.
희고 살이 오른 얼굴은 부어 있었고 눈도 심하게 충혈돼 있었다.
많이 지쳐 보였지만 기세만큼은 여전히 날카롭고 거만했다.
희유를 훑어보는 시선에는 독기와 음침함이 어려 있었다.
그 눈빛을 보는 순간 희유는 문득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왜 죽은 사람이 네가 아니냐고 생각하는 눈인데?’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사람들 역시 모두 침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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