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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2화

석유는 대꾸조차 하지 않고 안전벨트를 풀고는 그대로 차에서 내리려 했다. “2백만 원이요.” 여자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주차 자리만 옮기면 되잖아요. 그러면 2백만 원 바로 보내드릴게요.” “제가 강박증이 좀 있어서요. 항상 같은 자리에 주차해야 해요.” “아니면 마음이 불편하고 일도 잘 안 풀리거든요. 그러니까 부탁드릴게요.” 석유는 차 문을 열고 내리고는 가방을 챙긴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여자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멀어지는 석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의 미소가 조금씩 사라졌다. 석유는 이미 떠났고, 여자의 가슴속에는 답답한 기운이 치밀어 올랐다. 공들여 한 화장마저 기분 탓에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참 뒤에야 여자는 자기 차로 돌아가 다른 주차 공간을 찾아 차를 세웠다. ... 몇몇 기업 고위 임원들이 참석한 비즈니스 파티였다. HM그룹의 엄계훈도 참석해 있었다. 예전에 석유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적이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석유가 파티장 안으로 들어오자 엄계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명빈의 회사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시선을 돌렸다. 도대체 어떤 능력이 있길래 명빈 회사의 부사장 자리에 올랐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몇몇 사람은 친분을 쌓아 보려고 다가가려 했지만, 사람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석유는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가 버렸다. 일어섰던 사람들은 다소 민망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고, 역시 명빈의 사람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높고 젊고 패기가 넘치는 모습이 아직 사회의 쓴맛을 제대로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엄계훈은 그 광경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기에, 그 사람들 눈에 스친 불만도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아마 석유의 성격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자신뿐일 것이다. 석유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일과 관련된 일이 아니면 쓸데없는 인간관계나 형식적인 사교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한 번만 함께 일해 보면 석유가 얼마나 효율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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