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44화
석유는 눈을 내리깔았다.
“저희 둘 사이에는 분명 문제가 있어요. 같이 있을 때는 보이지 않지만, 관계에서 한 걸음 떨어져 보니까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윤정겸이 물었다.
“명빈이가 너한테 잘못한 일이 있었니?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반드시 네 편이 되어줄게.”
“그리고 회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일은 나는 절대로 믿지 않아. 나는 나의 사람 보는 눈을 믿어.”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분별력까지 잃은 건 아니야. 네가 어떤 아이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석유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믿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윤정겸은 감회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명빈이가 처음 너를 집으로 데려왔을 때부터 나는 네가 좋은 아이라는 걸 알았어. 그래서 너를 승일이와도 만나게 해주려고 했었지.”
“그때는 솔직히 명빈이가 너한테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너희 둘이 사귀게 되니까 나는 진심으로 기뻤어.”
“이 몇 년 동안 너희가 결혼을 정식으로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미 너를 우리 가족이나 다름없는 아이로 생각하고 있었어.”
“설령 명빈이가 잘못했다고 해도 나는 절대 걔 편만 들지는 않을 거야.”
윤정겸의 말에 석유는 감동하면서도 죄책감이 밀려왔다.
“저야말로 아저씨 마음을 저버렸어요. 저와 명빈 씨 사이에는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명빈 씨도 탓하지 말아 주세요. 지금 명빈 씨도 많이 힘들 거예요.”
윤정겸은 끝내 석유가 말하지 않으려는 것을 보고는 가볍게 한숨만 내쉬고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말했다.
“너는 마음을 너무 속에다가 담아두는구나.”
밖에는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고 있었다.
이에 석유가 말했다.
“채소 심으신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다른 일은 저 스스로 해결할게요.”
윤정겸은 원하는 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석유가 와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뻤다.
“좋다. 그럼 같이 채소나 심자. 다 끝나면 점심은 내가 맛있는 걸 해줄게. 그 녀석 일은 일단 잊어버리자.”
...
점심 무렵, 희현은 명빈에게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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