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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1화

여자의 이름은 이하린이었다. 서예 명문가 출신으로 올해 막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번 맞선 역시 할아버지가 직접 주선한 자리였다. 이순철은 이름난 서예가였고, 김하운의 할아버지와는 오랜 친구 사이였다. 어느 날 두 사람이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순철이 김하운에게 여자친구가 있는지 물었다. 김하운의 할아버지는 손자가 얼마 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순철은 자신의 손녀가 이제 막 대학원을 졸업해 연애를 시작할 나이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두 노인은 금세 뜻이 맞았고, 이번 맞선을 성사시켰다. 하린은 맞선을 전혀 내키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부탁한 일이었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집에서는 늘 말 잘 듣는 손녀였으니 말이었다. 오기 전 아래층에서 화판 하나를 사서 품에 안고 7층까지 올라왔다. 중간에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는 작은 소동이 있었지만, 다행히 별일 없이 지나갔다. 약속한 7층 카페에 도착한 하린은 화판을 내려놓고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상대를 어떻게 정중하게 거절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어머니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는데 목소리에는 기쁜 기색이 가득했다. [하린아, 집으로 와. 맞선 안 봐도 돼.] 갓 학업을 마친 딸이었고, 가장 빛나는 청춘을 이제 막 시작한 나이에 무슨 맞선이고 연애냐는 것이 어머니의 생각이었다. 조금 더 자유롭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었으나 다만 할아버지의 뜻이라 어쩔 수 없이 보내긴 했을 뿐이었다. 하린은 놀란 듯 물었다. “왜요? 할아버지가 마음을 바꾸셨어요?” [그건 아니야. 상대 쪽에서 지금은 연애할 생각이 없다고 해서 맞선을 취소했대.] [듣기로는 얼마 전에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하더라. 아마 아직 전 여자친구를 못 잊은 것 같아.]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추측하자 하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판을 안아 들었다. “그러면 저 바로 집에 갈게요.” 하린은 커피를 포장해 달라고 부탁한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카페를 나섰다. 집에 돌아온 하린은 곧장 할아버지의 서재로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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