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36화
경준은 몸을 앞으로 숙여 휴지 한 장을 뽑아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았다.
준수하고 흰 얼굴은 난처함과 긴장감 때문에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사장님, 저희 민씨 저택에서도 여러 번 마주쳤잖아요. 이 정도면 친구 사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
“저한테 돈을 빌려주신 건 정말 감사해요. 그러니 갚을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민씨 저택에서 여러 번 만났다는 말을 굳이 꺼낸 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한 친구 사이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경에게 상기시키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명경은 곧바로 냉정하고 단호하게 경준의 말을 끊었다.
“안 돼요.”
경준은 단호하기 짝이 없는 명경의 태도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회사는 아버지 거고, 작품도 할아버지 거예요. 제가 팔고 싶다고 해도 당장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내일까지 갚으라고 하시면 제가 어떻게 갚나요?”
명경은 오만하고 냉담한 자세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오른손 손끝으로 왼손에 낀 반지를 천천히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돈을 받지 않아도 돼요. 경준 씨가 다른 걸로 빚을 갚아도 되고요.”
그 말에 경준은 마음이 한결 놓았고 곧바로 다급하게 말했다.
“사장님이 원하는 게 뭔지 말씀만 하세요. 제가 가진 거라면 뭐든 기꺼이 드릴게요.”
“민유청.”
명경은 담담하게 세 글자를 내뱉었다.
그러자 경준은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명경을 바라봤다.
“뭐라고요?”
명경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고, 목소리 역시 평소처럼 서늘하고 차분했다.
“경준 씨의 약혼녀잖아요. 난 민씨 집안의 사위가 될 생각은 없어요. 아무도 모르게 유청 씨를 내 침대로 보내는 건 경준 씨 능력에 달렸고요.”
명경의 말은 노골적이고 명확했다.
조금도 숨기려 하지 않았고, 냉담한 얼굴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경준은 그제야 명경이 유청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유청을 갖고 싶지만 유청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경준의 손으로 직접 유청을 자신의 침대에 보내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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