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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5화

치러야 할 일이 모두 끝난 뒤, 유청은 산에 한번 다녀왔다. 방석에 무릎을 꿇고 앉은 유청의 얼굴에는 홀가분한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엄마 원수, 드디어 갚았어요.” 혜명 스님의 얼굴엔 슬픔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위로하듯 말했다. “이런 딸을 둔 것도 부연이한테는 복인 것이지.” 그 말에 유청이 눈을 내리깔았다. “그때 제가 너무 어려서 엄마를 지켜 드리지 못한 게 한이에요.” “그건 유청 씨 잘못이 아니에요.” 혜명 스님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 “이제 유단 씨가 유씨 집안을 맡고 유청 씨가 민씨 집안을 맡았으니, 두 자매를 괴롭힐 사람은 더 이상 없겠네요. 하늘에 있는 부연이도 이제 편히 눈을 감겠지요.” “이 일이 마무리됐으니 당분간은 저를 찾아오지 마세요. 석 달 동안 폐관하고 곡기를 끊으며 부처님 앞에서 죄를 씻을 생각이에요.” 유청이 물었다. “무슨 죄를요?” 혜명 스님이 대답했다. “당연히 우리 마음속 미움을 부처님께서 용서해 주시길 청하고, 다음 생에는 부연이와 함께할 수 있도록 빌어야지요.” 유청이 웃었다. “그것도 집착이에요. 부처님은 스님을 용서해 주지 않으실걸요.” 혜명 스님도 따라 웃다가 이내 정색했다. “유청 씨가 준 돈은 겨울옷과 곡식으로 바꿔 절에 두었어요. 온성 산중의 늙고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구제할 거고요. 그렇다면 유청 씨 죄도 얼마쯤은 대신 씻는 셈이죠.” 유청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저는 두렵지 않아요.” 지난 세월 유청을 버티게 한 신념은 단 하나, 살아남아서 엄마의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 이제 그 소원을 이루었으니, 어떤 후과를 감당하게 되든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유청을 바라보는 혜명 스님의 눈빛이 점점 무거워졌다. “유청 씨, 그 사람들은 모두 마땅한 업보를 받았어요. 그러니 인제 그만 내려놓으세요. 눈앞의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다시는 함부로 그런 마음을 품지 마세요.” 유청이 말했다. “사람이 자기를 위하지 않으면 하늘이 벌한다잖아요. 엄마도 그때 너무 착해서 그런 결말을 맞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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