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5장
서정희는 쑥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
“이건 육체의 본능이야. 내 마음이랑 함부로 엮어서 이해하지 마.”
염정훈은 그녀의 목을 핥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는 목을 한껏 젖히고 육체의 느낌을 간과하려 했다.
하지만 염정훈은 자신의 모든 약점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장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전혀 시간이 흐르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저편에서 두 사람은 세 번째 라운드를 시작했다. 마치 오랫동안의 공허함을 모두 채우려는 듯 번마다 시간이 늘어났고, 수아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졌다.
서정희의 몸도 점점 끓어올랐다. 눈가는 촉촉해졌다. 입술을 있는 힘껏 깨물어 소리가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염정훈은 한 번 또 한 번 그녀의 입술을 맞췄다.
“정희야, 나한테 부탁해 봐.”
“꿈 깨.”
서정희는 얼굴이 빨개서 말을 이었다.
“당신이 힘든 것 같지만, 더 힘든 건 나야.”
그녀의 고집스러운 눈빛에 염정훈은 웃음을 보였다. 정희는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그 고집쟁이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두 사람은 감정에서 지려하지 않았다.
분명 아무런 실질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이미 땀범벅이 되어 숨을 거칠게 쉬고 있었다. 마치 죽어가는 고기마냥 고개를 한껏 젖히고.
두 사람은 예전에도 금술이 좋은 부부였다. 남녀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정직했던 염정훈이라 두 사람의 부부 사이의 일은 대부분 침대에서 일어났다.
다만 지금 두 사람은 바짝 마른 나무여서 불씨만 있으면 활활 타올랐다.
누구도 지려 하지 않는 이 싸움에서 두 사람 모두 패자였다. 두 사람 모두 너무 애간장이 탔다.
서정희는 그의 몸 아래에서 몸을 꿈틀거렸다. 이번에는 약을 먹지도 않았는데, 개미 몇 천 마리가 가슴에서 기어 다니는 것 같이 고통스러웠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조명이라고는 하늘의 달빛밖에 없었다.
이곳의 달빛은 유난히 밝았다. 그래서 염정훈은 서정희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과 그녀가 꽉 깨물고 있는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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