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1장
서정희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순간 자기라고 부른 것에 놀란 건지 정관 수술하겠다는 말에 놀란 건지 몰랐다.
앞으로의 일은 둘째 치고 그에게 정관 수술을 하라고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나 알고 말해?”
염정훈이 그녀의 손등에 키스했다. 거즈의 촉감이 싫은 건지 얇은 입술이 손등에서 손끝으로 옮겨졌다.
그는 독실한 신도처럼 자신이 섬기는 신에게 충성하듯 키스했다.
“나 염정훈은 평생 서정희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뜻이지. 예전에도, 앞으로도 언제나 너 뿐이라고.”
서정희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자신은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린 아이도 아닌 성인이었으니 그쪽 방면의 욕구가 있었다.
염정훈과의 관계가 조금은 풀어졌다 해도 재혼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이 남자가 이런 말을 하다니.
“난 재혼 동의한 적 없어. 네가 암만 뭐라해도 소용 없어.”
염정훈이 손끝을 머금자 서정희는 몸이 잘게 떨렸다. “뭐, 뭐하는 거야. 그만 해. 더러우니까.”
염정훈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정희야, 네 맘속에 아직 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너무 기뻐. 너에게 명분을 주고 재혼을 하고 싶긴 하지만 네가 지금 이대로의 삶이 좋고 결혼이란 제도에 묶이는 게 싫다면 난 네가 하자는 대로 할 거야.”
지금 환청을 들었나?
염정훈이 이런 말을 한다고?
염정훈이 다시 서정희를 자신의 몸 아래에 깔았다. “정희야, 난 딱 하나만. 다신 날 내쫓지 말아줘. 네 욕구 푸는 도구로 대해줘도 괜찮아.”
눈물이 점점 서정희의 눈앞을 가려왔다. 염정훈이 한 번 또 한 번 그녀의 입술을 쓸었다. “자기야, 나 좀 아껴줘. 응?”
오늘 보니 이 세상에 여우는 여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염정훈도 보통 여우가 아니었다.
염정훈은 소설 속 사람 혼을 빼먹는 여우처럼 한 번 또 한 번 서정희를 절정으로 몰아 부치며 목이 쉴 정도로 괴롭혔다.
염정훈의 손이 허리춤에 놓이자 서정희는 황급히 그 손길을 막아냈다. “뭐 하려고?”
염정훈이 별 뜻 없다는 듯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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