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5장

서정희는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펑펑 울었다. 워낙 미인이라 눈물을 흘리니 더욱 가련해보였다. 원흉인 전의현은 울음을 멈출 수 없는 서정희를 보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진실된 감정은 배우가 아니면 연기할 수 없다. “그만 울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서정희는 오열하며 눈물을 닦고 미안한 듯 말했다. “일부러 흥을 깨려고 한 게 아니에요. 이 친구만 생각하면...” 전의현이 휴지를 건네며 그녀를 위로했고 서정희는 그제야 울음을 멈추고 팔찌를 만지며 말했다. “아직 시간이 많으니 저는 이 팔찌를 차고 더 많은 곳을 가서 친구와의 약속을 지킬거에요.” “아이를 낳았다고 했는데 그럼 이미 결혼했다는 거죠? 우리 이렇게 만나도 괜찮은가요?” 서정희는 씁쓸하게 말했다. “아이는 죽었어요. 저도 이혼했고요.” 그녀가 말을 이어가기도 전에 갑자기 한 남자가 둘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를 가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서정희씨, 만나기 참 어렵네요. 진아영을 어디에 숨겼...” 서정희는 차연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테이블 보를 그의 몸에 던지고 전의현을 끌고 도망갔다. “빨리 가요!” 전의현은 영문도 모른 채 같이 달렸고 서정희는 웨이터에게 말했다. “계산은 뒤에 있는 남자분이 할거에요.” 결벽이 심한 차연준은 옷에 있는 음식 흔적들을 수습하고 있었고 웨이터는 그가 도망 갈까 봐 그를 꽉 붙잡았다. 젠장. 차연준은 서정희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고 문뜩 그녀가 한 남자를 잡고 도망 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 서정희가 염정훈 몰래 남자를 만나고 있구나! 그 생각을 하자 차연준은 기분이 훨씬 좋아졌고 양복을 벗어 웨이터에게 건네주었다. “염정훈이 계산할 거에요. 계산서를 보낼 때 이 양복의 값도 잊지 말고 같이 보내요.” 서정희는 이미 A시에 돌아왔으니 다시 만나게 될거다! 차연준이 염정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진영이 대신 받았다. “차대표, 대표님은 지금 중요한 미팅 중이셔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중요한 일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