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4장

염정훈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미안. 아마 그건 안 될 것 같아. 내 목숨도 내 건 아니라서. 네가 날 미워하고 증오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 와서 지성이 다시 살아 돌아올 일은 없어.” “그러니까 더는 그렇게 착한 척 하지 마세요. 죽일 거면 얼른 죽여요. 더이상 도망가지도 못하니까.” 염정훈은 고개를 저었다. “지성 동생을 죽일 수는 없어.” 지한이 콧방귀를 뀌었다. “위선자.” “지한아, 우린 원래도 사촌 지간이야. 태어날 때부터 한 가족이라고.” “나에게 형은 한 사람 뿐이에요.” 지한은 눈을 감고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염정훈은 그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여긴 안전하지 않아. 널 데리고 여길 떠날 거야.” “건드리지 마!” “각하 일은 네가 한 건데 그 집에서 널 가만둘 것 같아? 그 집에서 널 가만 안 두는데 송희재가 널 살려 둘 것 같아?” 지한은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염정훈을 바라보았다. “어디까지 알고 있어요?”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어. 넌 송희재 뜻에 따라 각하를 암살해서 그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려고 했겠지. 지금 부씨 집안에서 눈에 불을 켜고 이번 일 조사하고 있는데 송희재가 널 이대로 살려 둘 것 같아? 부씨 집안 사람들이 널 찾아내기 전에 송희재가 먼저 널 죽일 거야.”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 지한을 보며 염정훈은 말을 이었다. “송희재와 손을 잡고 날 죽이려고 했어?” 지한은 세상이 다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요? 적의 적은 친구죠.” “그럼 왜 정희와 아이들을 건드리지 않고? 나랑 제일 가까운 사람들이잖아.” “저라고 그 생각 안 했겠어요?” 지한은 고통스러웠다. 이 목적만 아니었다면 서정희의 정체를 알고도 다시 그녀에게 접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이유 없이 좋게 대해주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래서 지한은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아이들을 키우면서 맑고 순진한 눈동자를 보면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서정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