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7장

눈시울이 붉어진 한송이는 염정훈에게 달려가 그의 가슴을 때렸다. “오빠 양심이 있기는 해요? 그동안 오빠 한 사람만 바라보고 여기까지 왔는데 오빠는 날 한번도 여자로 봐주지 않고. 전에는 날 거절할 이유라도 있었지 지금은 서정희가 떠난 지도 오랜데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정희가 돌아오는 것과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건 별개의 문제예요.” 염정훈은 한송이를 지나쳐 베드 쪽으로 다가갔다. 두 눈에는 전에 없던 의연함이 배어 있었다. “그동안 저를 키워 주신 은혜는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저도 두 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따님과 결혼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 사이는 변하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도 변함없이 두 분 곁에서 지켜드릴 거구요. 두 분 마음도 잘 알겠는데 제 마음은 반년 전이 말씀 드린 대로예요. 송이 씨도 이젠 나이가 적지 않아요. 결혼 빨리 해야 하는데 전 결혼 상대로 어울리지 않아요.” 염정훈은 겸손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송이 씨는 첫 번째 결혼인데 저는 이미 한 번 갔다 온 몸이에요. 그리고 제 마음속에 여전히 그 사람을 품고 있는데 그런 마음가짐으로 송이 씨와 함께 하는 건 송이 씨에게 몹쓸 짓 하는 거잖아요. 결혼 후에 매일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보다 애초에 확실하게 안된다고 얘기해 두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하루라도 빨리 송이 씨에게 좋은 짝 찾아줄 수 있죠.” 한시안은 부남진과 눈을 맞추고는 천천히 입을 뗐다. “태하 네 말도 맞아. 다만 우리 송이 어릴 때부터 고집이 보통이 아니라서 너 아니면 결혼 안 하려고 할 거야. 정말 송이 혼자 외롭게 늙어가게 둘 거야? 게다가 너희 둘 혈액형이 좀 귀하니? 앞으로 서로 도와줄 수도 있잖아.” 한시안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송이 어릴 적부터 곱게 키워서 고생 한 번 안 하고 컸어. 평소에 손가락 조금만 다쳐도 엄살을 그렇게 부리는 애가 네가 다쳤다 하면 바로 수혈해주고. 엄마가 돼서 그 모습을 보는게 마음이 아팠지만 네 일이라면 어떻게든 도우려 하니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