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0장

부남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결혼이 그렇게 쉬운 일인 줄 알아? 싫은 요리는 억지로 먹어도 소화를 하면 다고. 염정훈이 송이를 사랑하지 않은데 결혼을 하면 송이만 상처 받아. 그래서 내가 그를 강요하지 않았던 거야. 난 시간이 지나면 염정훈의 집념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엑스 와이프에 대한 사랑이 너무 깊은가 봐.” 한시안이 침대에 앉아 화를 냈다. “그럼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건가요? 송이는 어릴 때부터 원하는 것을 다 가진 아이에요. 그저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하고 싶다는데 그럼 어떡해요?” “세상에 훌륭한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꼭 결혼했던 남자한테 집착을 해야 하나?” 부남진의 생각은 더 깊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딸이 좋아한다는데. 당신이 나서지 않으면 내 방식대로 할 거에요.” 한시안이 결론을 내리자 부남진이 불쾌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급한 거야?” “엄마로서 어떻게 안 급하겠어요. 딸도 나이가 들었는데 이러다가 비웃음만 당해요.” 부남진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내가 얘기 해 볼게.” “그래요.” 불만해하는 부남진을 보고 한시안이 다시 자세를 낮췄다. “여보, 나도 딸을 위해서 이러는 거에요. 마음도 없는 사람한테 시집 가면 무슨 행복이 있겠어요. 차라리 사랑하는 사람하고 결혼하는 게 훨씬 낫죠. 적어도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잖아요. 그리고 옛날 사람들은 부모님 뜻대로 결혼한 게 대다수인데 처음엔 마음이 없어도 살다보면 애정이 생기는 법이죠.” “당신 말도 일리가 있네. 염정훈한테 연락해 봐. 내가 얘기할게.” “알았어요.” 연락을 받은 염정훈은 아차 싶었다. 둘이 긴 이야기를 나눴고 부남진이 또 같은 부탁을 했다. “너도 다 컸구나. 네 결혼식을 참석하지 못한 게 너무 후회되네. 내가 키운 아이라 네 성격을 잘 알거든. 딸을 너한테 맡겨도 걱정이 없어. 스승의 부탁을 한 번 들어주면 안되겠니?”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럴 순 없어요. 이유는 전에 말씀 드렸어요.” “송이한테 마음이 없는 거 알아.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