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1장

이튿날 아침, 서정희는 연고를 찾아 퀵으로 윤유선에게 보내고 부장성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틀 간 한송이가 집에 없어 집안이 조용했다. 한송이가 비록 송희재를 싫어해도 부모님과 약속을 했으니 송희재가 하자는 대로 따라야 했다. 그래서 요 이틀 간은 밖에서 송희재와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왔어요? 내가 쓴 붓글씨 좀 봐요.” 부남진이 그녀를 향해 손짓했다. 그의 곁으로 다가간 서정희는 자연스럽게 옆에 서서 먹을 갈았다. “힘있게 잘 쓰셨네요. 붓글씨 잘 쓰시는 걸 보니 그림 그리실 줄도 아시겠네요?” 부남진이 작게 웃었다. “조금요.”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다 선생님이 잘 보살펴준 덕분이죠. 내일부터 다시 출근해야 하는데 당분간은 나와 같이 다녀야 하는데 괜찮죠?” “네. 전 괜찮아요. 각하께서 완전히 다 나으실 때까지 곁에서 떠나지 않을 게요.” “다행이네요. 이틀 간 선생님이 곁에 없으니 적적하더군요.” 서정희가 작게 웃었다. “곁에서 말동무 해드리는 사람이 없어서요?” “그래요. 지위가 있다 보니 다들 내 비위만 맞추려고 알랑방귀만 뀌지. 안사람 하고도 감히 말 많이 못 해요. 선생님 곁에 있어야만 몇 마디 편히 할 수 있어요.” 가볍게 웃은 서정희가 농담을 건넸다. “각하도 저랑 말 많이 하지 마세요. 정 들어서 떠나기 싫어지면 어떡해요.” “정말 떠나려고요? 내 곁에 있겠다고만 하면 뭐든 다 들어줄 수 있는데.” “각하께서 완전히 다 나으시면 그땐 저도 더는 곁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죠. 죄송해요.” 서정희가 조금은 긴장해진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 “제가 아직 젊잖아요. 세상에 볼 게 너무 많은데 병원에 갇혀 있고 싶지 않아요. 아직 배울 것도 많고요. 근데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전화주세요. 제가 다 제쳐 두고 바로 달려 올게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각하와 마음이 잘 통하는 것 같아요.” “그래요. 더는 강요 안 할 게요. 꼭 떠나야 한다면 좀 더 늦게, 설 쇠고 떠나도 될까요?” “그럴 게요.” 한참 동안 곁에서 말동무를 해드린 서정희가 시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