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8장

한시안은 딸한테 집중을 하지 못했다. 딸보다 서정희에 대한 부남진의 특별한 태도가 더 신경이 쓰였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다! 밖에 함박눈이 흩날렸고 부장성은 차를 몰며 백미러로 부남진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을 창 밖으로 향했고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빠졌다. “아버지, 서정희 씨와 아는 사이입니까?” 부남진은 한숨을 쉬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부장성도 긴장한 듯 핸들을 세게 잡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서정희는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었고 염정훈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그녀를 품에 안고 놓지 않았다. “아직 밥도 안먹었잖아. 요리해야 하니까 좀 놔봐.” 염정훈은 강아지처럼 고개를 그녀의 목에 숙이고 애교를 부렸다. “그래.” 그동안 밖에서 오래 지냈으니 냉장고 안의 재료들은 이미 유통기한이 지났고 그녀는 할 수 없이 밀키트를 선택해야 했다. 빠르게 파스타를 만들고 염정훈을 불렀다. “오늘은 일단 이걸로 때우자.” 염정훈의 기분은 이미 진정됬다. 젖은 머리는 반쯤 말랐고 평소보다 사람이 부드러워 보였다. “정희야, 내가 원하는 건 이런 삶이야. 밖에서 바람이 거칠게 불고 함박눈이 내려도 집에서 날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면 돼.” 그는 서정희의 손을 잡고 말을 이었다. “예전에는 소중히 여길 줄 몰랐어. 정희야, 한 번만 기회를 주면 내가 더 잘할게.” 그의 눈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그동안 서정희도 그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언제나 자신을 첫 순위로 생각하고 지켜줬다. 상대방이 부씨여도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에서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서정희가 대답하려는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문 밖에 검은 차들이 멈춰있었고 서정희는 부씨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다. 어떻게 거절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부남진이 차에서 내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문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몸에는 눈송이가 얹었다. 친절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서정희 씨, 접니다.” 서정희는 많이 놀랐다. “각하님께서 직접 오셨어!” 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