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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3장

순간 서정희는 백지연과 한송이의 도도한 얼굴이 생각났다. 무엇을 하든 지지하고 수습해주는 가족의 사랑이 있어 그렇게 오만하게 살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자신한테도 가족이 생겼고 다시는 혼자가 아니다. 시간도 늦었으니 부장성은 그녀를 전에 살던 방으로 데려갔다. 그는 뭔가 말하고 싶어 문 앞을 떠나지 않았고 밖은 눈이 크게 내렸다. 서정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삼촌, 저랑 할 말 있어요?” “사실 전에 너한테 호감이 있었어.” 서정희는 그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고 있어요.” 이는 그의 인생에서 몇 안 되는 난감한 일 중 하나다. 서정희는 그가 어색해하는 것을 알고 부드럽게 말했다. “아마도 혈연이 있어서 저를 좋게 본 것 같아요. 이해해요. 저도 각하님한테 설명할 수 없는 친근함을 느꼈거든요.” 그녀는 한마디로 난감한 상황을 정리했다. 멍청한 한송이보다 훨씬 영리한 사람이다. “예전에 힘든 시간을 보낸 거 알아. 앞으로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 애인이 될 수 없어도 가족으로서 그녀를 잘 지키겠다는 다짐이다. 서정희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삼촌.” 부장성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일찍 쉬어.” 서정희는 문들 닫았고 부장성은 한숨을 깊게 쉬었다. 그녀에 대한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감정일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도 나쁘지 않다. 정체가 밝히지 않아도 염정훈과 그녀의 사이에는 그의 자리가 없었다. 적어도 조카라면 평생 옆을 지킬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좋다. 오늘 밤, 많은 사람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서정희는 오늘 일이 꿈만 같아 침대에서 뒤척거렸다. 할아버지가 생겼고 나이차가 별로 나지 않은 삼촌도 생겼다. 너무 신기한 전개였다. 게다가 할아버지가 그렇게 높은 분이라니! 염정훈도 잠이 오지 않아 혼란한 마음에 서재에서 재떨이 세 개를 부숴버렸다. 진상정이 조심스럽게 또 하나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 사모님이 가족을 찾은 건 좋은 일인데 왜 기분이 나쁜겁니까? 송희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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