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0장

정신이 점점 돌아온 신동우는 여전히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눈빛은 더없이 서늘했고 목소리는 차가웠다. “무슨 짓이야?” 서정희는 손에 든 침을 보여주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침이 손 끝에 떨어져 있었어요.” 신동우는 그제야 서정희를 놓아주었다. “미안. 조건반사 같은 거라. 괜찮아?” 서정희 목에 남은 선명한 손자국을 보니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자 신동우는 자책감을 느꼈다. “일부러 다치게 하려는 건 아니었어.” “이해해요. 앞으로 조심할 게요. 쉬세요. 전 이만.” 서정희는 침을 침통에 넣고는 방으로 돌아왔다. 방 문을 닫는 순간 서정희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방금 진짜 그의 손에 죽는 줄 알았다. 신동우는 반지에 매우 예민했다. 하지만 서정희도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내일부터 직접 약을 달이며 적당한 때를 봐서 수면제를 탈 생각이었다. 깊이 잠에 빠지면 반지를 쉽게 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반지를 손에 넣은 후 어떻게 이 곳을 벗어날지 였다. 며칠 후면 A국에서 사람이 올 것이다. 서정희는 염정훈이 올 거라고 100% 확신했다. 하나의 계획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한밤중. 서정희가 막 꿈나라에 있을 때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신동우가 틀림 없었다. 신동우가 그녀의 몸에서 나는 약냄새를 좋아하는데 그 냄새를 맡으면 잠이 잘 온다고 했던 것이 생각나 서정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신동우가 전처럼 침대 밑에 이불을 펴고 누웠다. 한참이나 뒤척거렸지만 오늘밤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아마도 방이 너무 커서 냄새가 덜 나는 것 같았다. 엄청 노력해야만 있는 듯 없는 듯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오히려 깃털로 그의 마음을 간지럽히는 듯했다. 서정희가 벌떡 잠에서 깨어났다. “뭐하는 짓이에요?” 신동우가 침대 위에 올라와 서정희를 품에 안았다. “그만 떽떽 거려. 잠이 안 와서. 이렇게라도 널 안아야 냄새를 맡을 수 있어.” “이거 놔요. 전 남편도 아이도 있다고요. 병 치료만 해준다고 했지…” 신동우가 몸을 일으켜 서정희를 밑에 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