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8장

서정희는 핑계를 대서 염정훈의 소식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그가 이렇게 스스로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원장은 서정희와 얘기를 나누면서 그녀의 의술이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기에 타국 사신을 치료하는 일을 그녀에게 마음 놓고 맡겼다. A국에서 온 사신의 신분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치료에 문제가 있을까 봐 낮은 소리로 물었다. “서 선생, 어때요?” 서정희는 염정훈의 맥박에 얹은 손을 내려놓더니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 “큰일이 아니에요. 아마 오는 도중에 너무 피곤했나봐요. 저혈당 증상으로 쓰러진 거예요.” 사람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A국에서 온 사람은 엄청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얼굴 절반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만약 진짜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리가 날 것이다. 서정희는 자신의 침 도구를 꺼내더니 염정훈의 갖가지 혈에 침을 놓았다. 그러자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연기는 대상감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방금 전에 쓰러지셔서 이분이 구해주셨어요. 젊어 보이는데 의술이 이토록 뛰어나실 줄 몰랐어요.” 서정희는 진상정의 칭찬을 들으면서 깜짝 놀랐다.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서정희는 애써 웃음을 참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아직 아무것도 못 드셨죠?” “네, 요즘 무지 바쁘셨고, 게다가 열 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아침도 먹지 않은 상태에요.” “저혈당 증상이 있으니 앞으로는 아침을 꼭 챙겨 먹어요. 정 여건이 안 되면 적어도 사탕은 항시 휴대하고 다녀요.” 염정훈은 서정희의 품에 안겨서 허심하게 듣는 척했다. “의사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 은혜 마음 속 깊이 새길게요.” 이때 염정훈이 갑자기 화두를 돌렸다. “그런데 요즘 두통에 가슴이 떨려요. 조금 있다가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그래요.” 서정희는 다른 사람더러 염정훈을 부축이라 하고, 신동우에게 말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조금 있다가 만찬이 끝나면 제가 이분을 다시 잘 봐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