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7장

배현이 자신을 떠보는 것을 알고 있던 서정희는 대범하게 웃었다. “만약 나라면 그 교훈을 기억하고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을 쉽게 믿지 않을 거예요.” 배현은 그녀의 빈틈없는 얼굴에서 어떤 실마리도 찾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숨을 죽이고 그녀에게 황궁의 풍경을 진지하게 소개했다. 국의원과 가까워지자 그 앞에는 약초가 심겨 있었다. 예쁜 꽃도 피어 있었다. “우리나라 국화인 뽕나무 직물이에요. 꽃이 화사하고 말리면 약재로 쓰이죠. 열매와 꽃줄기 모두 먹을 수 있어요.” 서정희가 입을 열었다. “네, 60년 전에 C 국은 큰 재난을 겪었어요. 천재지변이 일고 군벌들이 침략한 데다가 가뭄까지 겹쳐 밭에 곡식이 한 톨도 자라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산에 가서 나물을 캐는 사람이 많았죠. 뽕나무라는 초본식물은 생명력이 강해서 사시사철 살 수 있고 꽃잎부터 뿌리줄기까지 먹을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그 가뭄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그래서 국화로 정해졌죠.” “맞아요. 사모님은 정말 박학다식하네요. 지금은 생활이 좋아져서 먹고 입는 것이 부족하지 않다 보니 많은 나라 젊은이들이 국화의 내력을 잘 몰라요.” 배현은 말끝을 흐렸다. “저기가 바로 국의원이에요. 예전에 의학을 공부했다고 들었어요. 가서 보시겠어요? 안에 많은 약초가 심겨 있어요.” 서정희는 배현이 분명 이 말을 할 줄 알았다. 그러다 보니 거절하기엔 오히려 상황이 이상했다.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에 동의했다. “의학을 공부하지만 개인적인 일로 학업을 중단했어요. 전공이 외상의학과여서 한의학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괜찮아요. 국의원에도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한의사가 있어요.” “그래요. 그럼.” 설마 그들이 자신이 서청이라는 것을 인정하라고 강요라도 하겠는가? 오히려 배현이 무슨 수를 쓰는지 보고 싶었다. “마침 오늘 배즙을 준비했는데 한 번 드셔보시겠어요?” “네, 그럼 부탁할게요.” 서정희는 걸음을 멈추고 배현의 안내를 기다렸다. 배현은 당연히 그녀를 떠보려 했다. 진짜로 그녀가 서청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