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54장

송환희는 잠에 들지 못했다. 눈만 감으면 새빨간 피가 보였다. 서정희가 그녀에게 침을 놓아주었다. “못 자고 있을 것 같았어요.” 송환희가 눈을 떴다. “정희야, 내가 또 뭘 잘못한 거지?” “네. 잘못했어요.” 서정희가 침을 내려놓고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모는 너무 마음이 약하고 착해서 문제예요.” “정희야…” 맑고 티 없이 깨끗한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서정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도 이 눈 때문에 구하기로 결정했어요. 예전의 나와 너무 닮아 있어서. 착하게 살아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근데 이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착하게 살수록 남들에게 호구 잡히기 쉬워요.” “연약함은 나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불행하게 만들 수 있어요.” 서정희는 차안심이 자신 앞에서 죽어가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때 자신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결과는 조금 달랐지 않았을까?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 차안심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고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모든 것을 잃은 채 차가운 땅속에 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 “정희야, 그럼 나 어떡해?” “항상 남을 도우려는 생각부터 버려요. 사람마다 타고난 제 운명이 있어요. 그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놔둬요. 다른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지 말고 나부터 생각해요.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아이부터 생각해요. 마음을 굳게 먹어야 나도 내 가족도 지킬 수 있어요. 알겠죠?” 서정희는 송환희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너무 착하게 살면 되려 이용당하기 십상이었다. 송환희는 자신의 평평한 아랫배를 만졌다. 며칠 전에만 해도 작은 생명이 숨쉬고 있던 곳이었다. 그녀는 서정희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렇게 연약하지 않고 더 강했다면 아이를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지나간 일은 이제 그만 생각하고 푹 쉬면서 몸 생각만 해요. 빨리 회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고마워, 정희야.” 서정희의 말을 듣고 난 송환희도 기분이 많이 좋아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