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2장

염정훈은 그녀가 올 것을 짐작한 듯 가로등 밑에 서 있었다. 그녀는 하얀 눈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마음이 동요되면 알아서 내려올 것이다. 서정희는 가운을 입고 있었다. 손에는 선물까지 든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어 고개를 숙이더니 휴대전화를 두드렸다. 그리고 염정훈에게 보라는 듯 휴대전화를 들어 흔들었다. 염정훈은 고개를 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서정희가 본인을 보고 마음이 아팠을 것이라 생각했다. 휴대전화를 켜는 순간, 입가에 웃음이 굳어졌다. [선물 고마워. 날씨가 춥고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히 가.] 염정훈이 휴대폰을 확인한 것을 본 후 서정희는 바로 뒤돌아 방으로 돌아갔다. 커튼까지 쳐서 자취를 꽁꽁 감췄다. 염정훈은 씁쓸하게 웃었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잠옷 차림에도 폭설을 무릅쓰고 자신의 품으로 뛰어왔다. 그 시절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그만의 정희는 이미 변했다. 그는 더 이상 그녀의 첫 번째 목표가 아니다. 서정희 또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 작은 움직임에도 그게 무슨 뜻인지 바로 알 수 있다. 토끼 몇 마리를 침대 머리맡에 가지런히 놓았다. 물건을 받았으나 염정훈은 용서할 수 없다. 이런 관계가 두 사람에게는 가장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하룻밤 푹 잔 서정희는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열었다. 어젯밤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하인들이 아침부터 마당에서 눈을 치웠다. 문을 열자 찬 공기가 불어 들어왔다. “정희 씨.” 마당에 있던 하인들이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많은 사람들의 손에 빨간 초롱이 들려 있었다. 설 쇨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올해 설은 분명 시끌벅적할 것이다. 곧 몇 명의 귀염둥이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서정희의 기분도 매우 좋아졌다. 차키를 꺼내 차를 가지러 가려고 했다. 그런데 검은 벤틀리가 길가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밤새 내린 눈이 차에 가득 쌓였다. 서정희는 순간 멈칫했다. 염정훈, 그 미친놈이 밤새 안 돌아갔을까, 설마? 서정희는 장갑을 들어 차창 유리 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