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6장

염정훈은 고개를 들어 염지애를 쳐다봤다. 두 주먹은 양옆으로 축 처져 있었고, 얼굴은 빨개졌다. “그것만은 아니야.” 염정훈은 손을 내밀어 염지애의 손을 잡았다. “이야기 하나 해줄게.” 염지애의 눈물은 이미 떨어지기 시작했다. “만약 제가 재혼을 반대한다고 하면요? 아빠가 엄마랑 관계가 안 좋았지만, 적어도 여태껏 아빠 혼자였잖아요. 앞으로도 혼자 지내면 안 돼요? 다른 사람이랑 가정을 꾸리는 게 그렇게 급해요? 저 싫어요. 아빠가 다른 사람이랑 다른 애를 낳는 거 싫어요. 저는 그냥 아빠가 제 아빠만 했으면 좋겠어요.” 염정훈은 염지애의 눈빛과 마주쳤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더니, 어느새 염지애의 눈빛에는 백지연에게 볼 수 있었던 집념이 엿보였다. 지금 발견해서 다행이지, 나중에 발견했더라면 큰일로 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애야, 우선 마음 좀 가라앉혀.” “저 싫어요.” 염지애는 바로 염정훈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 저랑 엄마는 아빠를 너무 사랑해요. 우리를 내버려두지 말아요. 엄마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엄마도 벌을 받을 만큼 받았잖아요. 엄마가 어떻게 버텨왔는지 알아요? 엄마도 예전에는 무용가였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휠체어로만 움직일 수 있는 처지가 되었어요.” “적어도 과거에는 엄마를 사랑했을 거 아니에요? 생물학 수업에서 배웠는데, 부모님이 사랑을 해야만 새 생명이 태어날 수 있다고 했어요. 만약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저랑 오빠가 어떻게 생겼어요?” 염정훈은 한숨을 내쉬고는 염지애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애야, 네 아빠는 너도 엄마도 많이 사랑했단다. 다만 내가 아니야.” 염지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빠, 무슨 뜻이에요? 저 못 알아 듣겠어요.” 염정훈은 염지애를 옆에 앉히고 설명을 시작했다. “얘기가 엄청 길어......” 염정훈은 자신과 지성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자신과 서정희와 백지연 세 사람의 이야기도 해주었다. 하지만 백지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