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5장
이튿날 아침, 서정희는 활기차게 사무실에 들어섰다.
밤을 새서 얼굴이 초라해 보이고, 충혈이 된 사무실 다른 사람들에 비하니, 인간이 좀비 굴에 들어선 것 같았다.
서정희는 어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따돌렸던 것을 까먹었는지 배라율에게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녀의 화사한 웃음에 배라율은 심기가 불편했다. 그는 커피를 한 잔 타고 자기 자리로 돌아오면서 입으로 중얼거렸다.
“어떤 사람은 너무 한가해서 탈이야.”
서정희도 그냥 넘기지 않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되받아쳤다.
“저도 물론 참여하고 싶었죠. 그런데 선배님들이 제가 신입이라 기획안을 누설할까 봐 아예 회의실에 들어가게도 못했잖아요. 지금 와서 애꿎은 저에게 왜 괜한 시비죠?”
배라율은 쌓였던 화가 터졌는지,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테이블 위에 세게 던지면서 말했다.
“서정희, 너 뭐라 했어?”
서정희는 어깨를 으슥하면서 답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냥 사람이 뭔가 앞뒤가 안 맞아서요.”
“서정희, 너 말 다했어. 너 나한테 막말할 자격이 되는 줄 알아?”
이때 이미림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침부터 왜 이렇게 시끄러워? 멀리서도 두 사람의 소리가 들려. 지금 팀의 불화를 홍보라도 하는 거야?”
배라율은 빠르게 이미림의 앞에 가서 고자질했다.
“팀장님, 서정희가 눈에 뵈는 게 없나봐요. 아침부터 동료들을 욕해요.”
“됐어. 다들 그만해. 다른 팀의 웃음거리밖에 되겠어?”
이미림은 배라율을 째려봤다.
배라율이 지금 막 불만을 토로하려고 하는데, 이미림은 표정을 바꾸면서 서정희에게 말을 건넸다.
“정희 씨, 오늘 나랑 같이 김 사장님과 식사하러 가요.”
그녀는 덧붙였다.
“이건 일이에요.
그녀는 서정희에게 거절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서정희는 다른 사람들이 고소해하는 것을 보고 김 사장이 쉬운 인물이 아님을 가늠할 수 있었다.
오후에 화장실에서 두 사람이 대화하는 것을 들었다.
“김 사장이 여자를 좋아하잖아. 오늘 서정희 망했어.”
“거봐. 팀장님이 얼마나 총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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