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6장

어떤 말이 문 선생을 격분시켰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순간 벌컥 화를 냈다. “무서워요? 내가 왜 무서워해야 하죠? 제인은 원래 정신병 환자예요. 요 몇 년 동안 내가 돌보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나는 단지 그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 준 것뿐이라고요. 그런 상태로 감옥 같은 이 인간 세상에 사는 게 그녀에게는 더 고통이라고요!” “그래서 당신이 제인을 민 건가요?” “그렇다면 어쩔건데요? 다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이 우리 병원에 안 왔어도 제인은 살 수 있었어요. 누구를 탓하려면 참견한 당신 자신이나 탓해요!” 그 말에 서정희는 문득 정신과 의사를 만나야 할 사람이 어쩌면 문 선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 선생의 상태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문 선생과 제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단지 제인을 언급했을 뿐인데 이렇게 크게 반응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제인의 아이는요? 지금 어디에 있어요?” “무슨 아이요? 저는 몰라요.” “시신 부검을 해보니 배에 튼 살이 있고 자궁에도 출산한 흔적이 있다고 했어요.” 문 선생은 더 이상 제인과 관련된 말은 듣기 싫었는지 서정희를 향해 소리쳤다.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아이가 있었는지가 중요해요? 제인 그 여자...” 서정희가 문 선생과 제인에 대해 더 얘기하려 하는 것을 눈치챈 오인범이 바로 뛰어와 문 선생을 확 끌어안았다. “문 선생, 진정해요. 이미 다 지나간 일이에요. 다시 언급해서 뭐해요?” 지나간 일? 설마 제인의 죽음이 문 선생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걸까? 왜? 계속 제인이 죽길 바란 거라면 왜 지금 이렇게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는 거지? 오인범은 문 선생을 다른 방으로 데려간 듯 서정희가 있는 곳은 다시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커다란 공간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오직 그녀의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와 이따금 뛰어다니는 쥐 한두 마리의 ‘찍찍’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원래 서정희는 이런 동물들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이런 것쯤이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