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0장
패닉에 빠진 백지연에 비해 서정희는 한결 차분한 모습이었다.
어차피 다시 한번 해봐도 같은 선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정희는 눈만 감아도 차가운 바다에 몸을 던져 백지연을 향해 헤엄치는 염정훈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이 일은 마치 악몽처럼 그녀를 1년 내내 괴롭혔고 그녀는 최근에야 가까스로 그 그늘에서 벗어났다.
“왜...”
서정희가 낮게 중얼거렸다.
“뭐라고?”
서정희는 턱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 비록 굴욕적인 자세로 꽁꽁 묶여 바닥에 엎드려있음에도 그녀는 당당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왜 자꾸 그런 수작을 부리는데? 재밌어?”
그 사람은 ‘허허’ 웃더니 말을 이었다.
“왜 재미가 없겠어? 염정훈이 직접 본인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는 게 얼마나 재밌어?”
서정희는 몇 번이고 끈의 속박을 풀려고 했지만 계속 꾹 참고 있었다. 지금 당장 풀면 분명 자신도 끝장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그 사람을 진짜 좋아한다면 이런 방법이 아니라 공평하게 같이 경쟁해야 하는 거 아니야?”
비록 상대방은 자신의 정체를 잘 숨겨 성별을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굳이 남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서정희는 이 사람이 분명 여자라고 생각했다.
염정훈과 원한이 있는 남자라면 보통 더 직설적이고 난폭한 수단을 택하는 게 일반적일 것이다.
굳이 몇 년을 허비하면서까지 두 사람을 납치해 염정훈의 선택을 기다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분명 여자의 소행이다. 이 여자는 잔인하고 악랄할 뿐만 아니라 사이코패스 성향까지 가지고 있다.
상대의 목적은 염정훈 주변에 있는 여자이다. 그런데 서정희와 염정훈의 사이가 최악이었던 지난 2년 동안, 그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게 어떻게 백지연이 되었을까?
이 사람은 보아하니 염정훈에 대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백지연보다 더 쉽게 염정훈에게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염정훈과 가깝게 지낸 사람은 백지연뿐이었고 다른 여자는 없었다.
염정훈을 얻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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