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2장

휘몰아치는 바람속에 서정희는 바다에 떨어지지 못했다. 염정훈과 정원정이 동시에 손을 뻗어 정희의 손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한 번도 손을 잡아본 적 없는 두 사람은 의외로 호흡이 잘 맞아 동시에 정희를 배 위로 끌어올렸다. 염정훈이 차가운 몸의 정희를 꽉 끌어다 껴안았다. "정희야, 미안해." 정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염정훈은 그녀를 번쩍 안아들고 선실로 돌어갔다. 정원정과 스쳐지나가며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지만 정원정은 끝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았다. 정원정은 방금 전 서정희가 갑판에서 낮은 목소리로 한 말을 떠올렸다. "원정아, 조금 있다가 내가 극단적인 방법을 써서 널 구할테니까 넌 바로 A시를 떠나서 한동안 몸 사리고 있어." "누나, 그러지 마세요. 전 괜찮아요. 이미 실패할 것까지 예상했어요. 나 때문에 위험한 생각하지 마세요." 서정희는 할 수 없다는 듯 입가를 끌어올리며 웃었지만 눈빛은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걱정 마. 목숨은 아껴뒀다 진실을 밝혀야 하니까. 난 안 죽어." 서정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하지만 너무 가볍게 가면 우리 둘 다 끝장이야." 정원정은 그제서야 서정희가 왜 이런 연극을 벌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정희는 정말로 죽을 생각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 삶을 되찾으려 했다. 이런 방법으로 스스로에게 살 길을 찾아다 주었다. 만약 이전처럼 염정훈한테 마냥 붙잡혀가기만 했다면 또다시 어두운 감옥 생활을 했을 것이다. 때문에 서정희는 이런 자살극을 벌인 것이었다. 이것만이 염정훈을 뜻대로 부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이로 인해 정원정은 당분간 서정희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염정훈은 그동안 서정희의 연이은 충격적인 행보에 겁을 먹었다. 서정희가 떠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겨우 서정희를 구했으니 아마 당분간은 그녀를 가둬둘 수 없을 것이다.염정훈은 서정희를 침대에 안아 눕혔다. 헤어드라이기의따뜻한 바람으로 젖은 머릿결을 말려주었다. 그러고는 따뜻한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서정희의 캐리어에서 잠옷을 찾아꺼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