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1장

순간, 서정희는 이 상황이 너무 어리둥절했다. 지난번 배 위에서 스킨십을 했을 때도 그저 잠깐 입술만 닿았을 뿐이었다. 서정희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을 때는 이미 염정훈의 덫에 걸려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염정훈은 넝쿨이 나무를 감싸듯 그녀에게 잠시도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정신이 올바른 상황에서의 염정훈은 어쩌면 서정희에 대한 미안함에 많은 것들을 염려하며 행동을 자제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흐릿한 정신 때문에 완전히 본능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 서정희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었다. 그녀의 익숙한 냄새를 맡아야 염정훈은 비로소 마음이 안정되는 듯했다. “정훈 씨, 정신 좀 차려 봐!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염정훈은 서정희의 손을 머리 위로 올려 그녀의 몸부림을 가볍게 제지했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목소리는 마치 목젖이 칼에 한 번 베인 것처럼 잠겨 있었다. “정희야,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이 맑아. 내가 말했잖아. 우리에게 꼭 아이가 있을 거라고.” 아이... 서정희는 그가 왜 아이에 이렇게 집착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도망쳐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거 놔, 정훈 씨. 정훈 씨를 원망하고 싶지 않다고!” “그 원망이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 실컷 해.” 방안에 비치는 한 줄기의 옅은 빛은 염정훈의 턱만 비추고 있었다. 어둠 속에 가려진 그의 얼굴은 마치 캄캄한 밤의 장미처럼 온화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요염하지만 독을 머금고 있는 것 같았다. ... 염정훈은 서정희만 남겨둔 채 온몸에 열이 펄펄 나는 상태에서 잠들었고 그녀는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에 가서 씻은 뒤 그의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해주었다. 염정훈이 이 상황을 꿈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녀는 차라리 이 일을 꿈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더 이상 그 어떤 일로도 염정훈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서정희는 태연한 얼굴로 방을 나섰다. “열이 많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