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7장

서정희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총을 꺼내는 속도만 늦어도 바로 다른 사람 총에 맞아 쓰러졌을 것이다. 도저히 칼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원정은 돌아와서 한 마디로 간단하게 설명했을 뿐, 그곳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CCTV 영상을 본 후 다시 그 티 없이 깨끗한 소년의 얼굴을 떠올리자 서정희는 저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믿었던 사람이 이렇게 악랄한 인간일 줄 몰랐다. “원정이가 다치지 않았는데 어떻게 상처가 있을까?” 염정훈은 뜨거운 손으로 서정희의 턱을 잡으며 말했다. “정희야, 걔가 진짜 그렇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네 마음속에 걔는 자상하고 배려심 많고 억울해도 말 못 하는 그런 순진한 사람 아니야? 너 때문에 걔가 다쳤다고 하면 네가 자신을 자책하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까?” 그 말에 서정희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염정훈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 자식은 나이는 어리지만 생각이 여간 많은 게 아니야. 그날 내가 온 힘을 써서 너를 막지 않았다면 지금쯤 너는 그 자식에게 끌려 외국에 나갔을 거야. 그러면 나는 평생 너를 찾지 못하겠지.” 서정희가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염정훈은 또 다른 시각의 CCTV를 보여줬다. “그날 밤, 나는 모든 CCTV를 수십 번씩 돌려 봤어. 내가 봤을 때 이 사람은 분명 정원정이 틀림없어.” 모두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여러 명이 대혼란을 이룬 상황에 잘 모르는 사람을 식별하기는 쉽지 않았다. 서정희는 염정훈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고 거기에는 주변 사람들보다 확실히 왜소한 체격의 마른 남자가 있었다. 아직 소년 같은 왜소한 몸인 이 남자는 방아쇠를 연속으로 당기고 있었다. 서정희는 한동안 지한을 따라다니며 총 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기에 정원정의 총 쏘는 기술이 보통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특히 그가 한 여자 간호사를 겨냥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총을 쏘는 모습에 서정희는 더 이상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