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9장

다음 모퉁이에서 진상정은 액셀을 밟았고 그 틈에 대기하고 있던 차가 바로 뒤를 따랐다. 뒤를 돌아보니 벤틀리 차량이 비스킷처럼 사이에 끼인 채 앞뒤 좌우에 차가 네 대나 더 늘어나 있었다. 누구일까? 몇 분 후, 벤틀리는 강제로 도로 옆에 세워졌다. 성격이 급한 진상정은 서정희를 다독이더니 이내 차에서 내려 벤틀리 차량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시퍼런 대낮에 범행을 저지르려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간이 큰 인간인지 보고 싶었다. 벤틀리는 비록 정차한 상태였지만 검은 유리가 차 안을 가리고 있어 안에 누가 있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진상정은 건달처럼 차창을 두드리며 말했다. “당신이 알아서 문을 열 거예요? 아니면 내가 부술까요?” 주위에는 열 몇 명의 경호원들이 일제히 차를 에워쌌고 행인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이쪽으로 계속 힐끔힐끔 쳐다봤다. 분위기만 봤을 때는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은 기세였다. 차창이 천천히 내려오자 뼈마디가 앙상한 손을 무릎에 걸친 사람이 눈에 들어왔고 그의 손가락에는 눈부신 사파이어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남색 양복은 주름 하나 없이 잘 다려져 있었고 그 안에 셔츠가 반듯하게 매칭되어 있었다. 점차 남자의 잘생긴 턱선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고 진상정은 까만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진상정이 아무리 호랑이 같이 씩씩거리고 눈에 뵈는 게 없다고 해도 눈앞에 사람이 누구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서 대표님...” 진상정은 전에 염정훈을 따라 국제금융회의에 몇 번 참가하면서 서시우와 여러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서시우는 차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에서 고급스러운 귀티를 풍기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진상정을 바라보는 서시우의 눈빛에 냉기가 가득했고 진상정은 순간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미행하는 사람을 잡기는커녕 자칫하면 염 대표의 앞길을 막게 생겼으니 말이다. “서 대표님, 죄송하지만 오해가 좀 있은 것 같아요.” “오해요?” 서시우는 싸늘한 웃음을 지었고 진상정의 변명을 알아챈 듯했다. 진상정은 이 일로 염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