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2장

하얀 피부에 난 상처를 보니 가슴이 아파왔다. 염정훈이 소매를 더 올려보니 상처가 온 팔에 덮여져있었다. 염정훈은 다른 한쪽 옷소매까지 거두어보았다. 염정훈을 놀라게 한 것은 한두 개의 흉터 뿐만 아니었다. 군데군데 있는 화상 자국까지 온통 흉터로 뒤덮인 모습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파왔다. “어떻게 된 거야?” 염화진이 불안한 표정으로 염정훈의 손에서 팔을 홱 빼냈다. “오빠랑 상관 없는 일이야. 날 안 죽인다면 이만 가볼게. 앞으로 내가 죽든 살든 오빠랑은 상관없어.” 말을 마친 염화진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도망갔다. 염정훈이 잡으려고 했지만 잡을 수 없었다. 염정훈의 마음과 눈에 경악으로 가득찼다. 대체 몇 년간 밖에서 무슨 일을 겪은 거야? … 어두운 안색의 서정희는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앉아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었다. 서시우가 조용히 물었다. “일은 다 보셨어요? 여긴 오래 머물 곳이 아니에요. 바래다 드릴게요.” 서정희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왜요?” “서 대표님, 저 대신 백지연 구해주실 수 없으세요?” 서시우가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를 구하고 싶으신 거죠? 설령 백지연의 조혈모세포가 어머니랑 일치한다 해도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기증이 가능해요. 근데 지금 백지연도 목숨이 반 밖에 남지 않았어요. 신체 기능이 저하된 데다 골수까지 기증한다면 남은 목숨까지 위험해질 거예요. 정희씨도 의학 전공이시니 저보다 잘 아실거예요. “만약 어머니한테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면 되지만 지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제일 좋은 건 이 목숨으로 다른 목숨을 바꾸는 건데 지금 어머니도 다시 회복될 지 미지수잖아요.” 서정희는 더욱 말이 없어졌다. 본인도 서시우의 말이 맞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ICU에 누워있는 창백한 낯색의 백지연을 떠올리면 서정희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아무리 그 여자가 자신을 냉담하게 대하더라도 이렇게 죽어가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서 대표님이어도 방법이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