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0장

아빠가 있잖아라는 한 마디에 서정희는 눈물샘이 터질 뻔했다. 자신의 출생비밀부터 시작해서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의문들이 있었다. 하지만 서재평의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지금 조급해하면 안 돼. 아빠의 정신 상태가 완전히 돌아오기 전에는 절대적인 안정을 취해야 돼. “아빠, 진짜 아무 일 없어요. 제가 이제는 어른이라서 예전의 유치한 모습이 없어진 거죠.” “그럼 다행이고. 정훈이도 너한테 예전처럼 잘해주잖아. 그걸 보니 나도 시름을 놨어.” 서재평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왕 선생님 말로는 한 주 정도 몸조리를 더 하고 나면 나 스스로 걸어 다닐 수 있대.” 최근에 그는 타인의 도움이 있어야지 걸을 수 있었다. 재활치료가 힘들어도 서재평은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그는 서정희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루 빨리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어야지 서정희의 근심을 덜 수 있었다. “기쁜 소식이네요. 아빠 힘내세요.” 서재평은 서정희의 웃는 얼굴을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 “정희야, 최근 컨디션도 많이 좋아졌는데, 휴대폰으로 뉴스 좀 보고 싶어.” 서정희는 가슴이 덜컹했다. 지금 인터넷 각종 언론 보도에 염정훈의 결혼 소식이 도배되었다. “아빠, 나중에요. 휴대폰을 보면 아빠의 눈이 불편해질 거예요. 그러면 회복에도 안 좋구요.” 서재평은 한숨을 푹 쉬면서 답했다. “알았어. 그럼 나중에 보지 뭐.” “식사 시간이 다 되었는데, 우리 가서 밥 먹어요. 많이 드셔야 빨리 회복할 수 있죠.” 서정희는 서재평의 휠체어를 밀면서 이동했다. 서정희는 한 쪽 손을 못 썼고, 서재평은 한 쪽 발을 못 썼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염정훈은 죄책감이 배가되었다. 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정희야, 내가 할게.” 며칠 동안 염정훈은 이런 일들을 손수 했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하더라도 서정희는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다만 서재평 앞에서는 그나마 나았다. 일단 서재평이 없으면 그녀는 바로 자리를 떴다. 염정훈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