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1장

강선화에서 염화진까지 서정희는 이미 모든 의문을 다 풀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서제평은 그 후의 일은 모르고 그때의 감정에만 머물러 있었다. “넌 네 아빠를 그렇게 못 믿어? 설령 아이가 갖고 싶다 해도 그전에 그 아이한테 명분을 주어야 하고 네 동의도 얻어야 하고. 아빠는 모든 게 안정되고 성숙한 상황이 되어야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내가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행동을 저지를 수 있겠니?” 서제평이 직접 얘기하지 않았다면 서정희는 평생을 오해했을 것이다. 서정희는 강선화 뱃속의 아이가 서씨 집안 혈육이라고 생각했었다. “걔가 아빠를 좋아한 거 아니었어? 어떻게 다른 사람 아이를 가질 수 있어?” 서제평이 한숨을 쉬었다. “이게 내가 흔히 말하는 젊은이들이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거야. 화가 나서 나를 떠난 뒤에 클럽에서 술을 먹고 다른 사람과 일을 저질렀어. 나중에 그 아이를 찾아가서 내 태도를 명확히 얘기했어. 나랑 헤어지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임신한 사실에 대해.” “아빠는 어떻게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랑 있을 때 행복했다는 건 부인하지 않아. 같이 있으면 확실히 편해. 하지만 그 아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어. 워낙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사람이랑 결혼한다고 구설수에 오를 상황이었는데 아빠가 누군지도 모를 아이까지 데려온다면 상황은 더 좋지 않겠지. 내가 자선가이긴 한데 그런 성가신 상황이 일어나는 건 싫어.” 서제평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그 눈빛이야말로 장사꾼이 가져야 할 냉철함이었다. “내 딸은 너 하나 뿐이야. 내 친 자식도 아직 계획에 없는데 남의 아이를 받아주겠어? 그러니까 그 사람이랑 그저 감정만 나눈 사이였지. 게다가 뼈저린 사랑은 20대 때 이미 경험했고 지금의 아빠는 연애에만 빠져 뭐든 희생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네가 듣기에 냉정해 보일 수도 있어.” 서정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빠 이해할 수 있어. 생활은 아름다운 것만 있는게 아니라 사소한 것들인거죠.” “내 딸 언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