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8장

집무실에서 염정훈은 아까의 판을 다시 복기해주었다. 염정훈은 진즉 염승하가 자신의 사람들과 접촉하고 다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 상황을 역이용하여 몇 명의 사람들이 자신을 배신하고 염승하의 신임을 얻도록 내버려두었다. 이러한 꼼수에 염승하가 보기좋게 빠져들었고 배신자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서정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며칠 전에 블로그에서 직장인들의 진정한 경쟁이란 글을 봤었다. 모름지기 비지니스 경쟁이란 경쟁 회사에 몰래 숨어들어 인터넷을 끊는다 든지, 파키라에 물을 넘치도록 주든지 하는 거 아니었나? 염정훈이 손을 뻗어 서정희의 코끝을 톡 다쳤다. “침 나오겠다.” “저기, 실은 당신 얘기 더 많이 해줘도 돼. 아니면 내가 너무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니까.” 서정희의 귀여운 모습에 염정훈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해서 그래.” “염진 그룹 문제는 해결 됐고. 주단미는 어떡할 거야? 진상정 씨 아직 구치소에 있잖아. 재무팀 사람까지 데려갔다면서. 이것 때문에 지금 밖이 술렁이고 있어.” “걱정 마. 재무 쪽은 한치의 오차도 없을 거니까. 물을 흐려 소란을 피우려고 그딴 제보를 한 걸 테니까. 소란 피우려면 피우라고 해. 난 나대로 대책이 있으니까.” 염승하는 단 한번도 마음에 둔 적이 없었다. 그가 자신을 유일하게 이길 수 있는 건 가족 하나일 뿐이다. 염정훈이 지금 걱정하고 있는 건 서정희에게 불리한 배후자였다. 배후는 너무나도 신중한 사람이었다. 암암리에 매수한 킬러는 잡히자마자 바로 독을 먹고 자살했다. 실오라기의 단서도 남기지 않았다. “왜? 깔끔하게 이겨 놓고?” “정희야, 염승하는 하나도 안 두려워. 두려운 건 혼란을 틈 타 너에게 해를 가하려는 사람이지.” 근간에 서정희가 멘탈이 안정되어 있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염정훈은 몇 마디를 더 했다. “황산 뿌리고 칼 들었던? 걔네들 주단미 악성 팬 아냐?” “아니. 돈을 받고 악성 팬으로 위장한 사람들이야. 원래는 소란만 피우려고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