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3장

서정희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음식을 많이 주문했지만 서정희는 다 먹지 못하고 살짝 맛만 보았다. 어차피 서정희의 위도 그렇게 많은 음식을 담지 못하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배가 불렀다. 심여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못 먹겠으면 먹지 마. 정희 씨가 한 끼 정도 낭비한다고 해서 염씨 집안이 망하지는 않으니까. 설령 망한다고 해도 우리와 상관없고.” 그 말에 서정희는 어안이 벙벙했다. 시어머니가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서정희는 입을 달싹이며 사실대로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서정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심여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정희 씨를 괴롭힐 줄 알았어? 어차피 불편할 것 같아서 미리 밖에서 먹자고 한 거야.” “네, 죄송합니다.” “사과할 필요 없어. 사실 원래 정희 씨를 괴롭히고 싶었거든.” 그 말에 서정희는 어이가 없었다. 예상과 다르게 톡톡 튀는 시어머니의 성격 때문에 서정희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심여정의 말에 서정희는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사실 나도 정희 씨 만나면 불편해서 밥이 안 넘어갈까 봐 미리 먹고 왔어. 다 먹었으면 나와 함께 산책 좀 하지 않을래? 소화도 좀 시킬 겸.” 심여정의 제안을 서정희는 당연히 거절할 수 없었다. 서정희는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얼른 입을 닦고 일어섰다. “네, 좋아요.” 한 상 가득 차려진 큰 테이블 앞에 염정훈이 혼자 남게 되었다. 심여정과 서정희가 단둘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본 염정훈은 저도 모르게 세 살 때의 트라우마가 떠올랐다. 그는 바로 몸을 일으켜 서정희의 옆에 다가가 그녀를 감쌌다. “왜, 내가 정희 씨를 먹을까 봐 두려운 거야?” “위층에서 밀어 떨어뜨릴까 봐 걱정돼서요.” 순간 심여정은 어이가 없어 뭐라 해야 할지 몰랐다.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는 나쁜 아들이 어디 있어? 진작 알았더라면 너를 다시 배 속에 집어넣는 건데.” 그 말에 염정훈도 한마디 대꾸했다. “나도 별로 이 집안에서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