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4장
염정훈도 할아버지의 말을 고민해 보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역시 혹시라도 언젠가 그 일이 벌어질까 봐였다.
“임상 테스트를 거친 약이에요. 그리고 저도 정희가 예전의 일들을 떠올리게 하지 않을 거고요.”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단다. 어쨌든 먼저 백지연의 일이나 잘 처리해. 괜히 일을 그르치게 만들지 말고. 일이 이미 이렇게 된 이상, 미리 사전에 대비하고 빨리 아이나 가져.”
그 말에 염정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정희가 두 번 연속 조산하면서 자궁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다시 임신할 확률이 높지 않아요.”
“몸이 안 좋으면 몸조리를 해야지. 여자는 그래도 감성적인 존재야. 그러다가 정희가 예전의 일들을 떠올리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본 적 있어?”
염정훈은 기억을 잃은 서정희가 지금도 자신을 밀어내고 방어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예전에 얼마나 자신을 거부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저를 떠나겠죠.”
“맞아. 정희는 분명 너를 떠날 거야. 정희는 네가 자기를 배신하고 백지연과 정한이를 낳았다고 생각하고 있어. 너희에게는 온전히 두 사람만의 아이가 필요해. 여자는 아이만 있으면 남편과 어떤 갈등이 있어도 다 참을 수 있어. 아이를 봐서라도 너와 살 거고. 정희는 내가 인정한 손자며느리야. 너의 할머니가 살아 있을 때 제일 좋아했던 아이이고. 나는 정희가 너를 떠나는 것을 바라지 않아.”
염정훈은 서정희를 잃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졌다.
“할아버지,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정희와 빨리 아이를 갖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염정훈의 얼굴은 한없이 어두웠다.
서정희가 다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두 번의 조산 때문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조산은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염정훈은 단기간에 서정희가 다시 아이를 갖는 것을 그리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두 사람이 평생 함께하려면 반드시 아이가 있어야 했다.
정희가 다시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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