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6장
염승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할아버지를 부축하며 다정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할아버지가 저를 손자로 인정하든 안하든 한 핏줄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죠.”
“그래요. 아버지. 성진이가 그때 충동적이긴 했지만 이젠 잘못을 뉘우치고 있기도 하고 오늘 이렇게 온 것도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 왔잖아요. 그러니까 용서해주세요.”
옆에서 하나 둘씩 가족애를 들먹이며 말을 거들었다. 오늘 이 사람들은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온 터였다.
서정희는 점점 냉정해졌다. 염정훈이 사고를 당하자마자 바로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게 과연 우연일까 고의일까?
큰 어르신은 몸이 불편해 욕할 힘도 없었다.
계속 말이 없던 심여정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니들은 귀가 먹은 거야? 아님 머리가 안 따라주는 거야? 어르신이 하시는 얘기 못 알아들었어? 염성진, 내 기억이 맞다면 당신 이번 생은 두 번 다시 염씨 가문에 발들이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어? 이제 와서 번복할 생각이야?”
염성진이 심여정을 복잡하고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틀간 심여정이 자신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은 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예전 같았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심여정은 염성진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큰 어르신께 약을 가져다 드렸다.
전화정은 상황을 보니 자신이 나서야 할 듯 싶었다.
“언니, 미안해요. 언니한테서 성진 씨 뺏은 것 때문에 절 미워한다는 거 알아요. 저도 오늘같은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성진 씨 돌려줄테니까 그만 받아주세요.”
전화정의 수법은 새로울 것이 없었는데 염성진은 당장이라도 화를 낼 듯 했다.
하지만 심여정이 그보다 더 빨랐다. “전화정, 너 어디 아파? 네가 언니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너랑 나랑 친해? 아니면 아직도 예전에 머물러 있어서 상간녀 자리를 꿰차는 거야? 네가 그런 각오라면 이제부터라도 내 옆에서 시키는 대로 해. 내가 때리든 욕하든 대꾸할 생각도 하지 말고.”
염성진이 전화정을 감싸며 심여정을 노려보았다. “닥쳐. 우리가 이혼한지가 언제라고. 화정이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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