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5장

멍하니 서 있는 염정훈은 순간 서정희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정희야, 내가 다 설명할게. 나와 백지연은 절대 스킨십 같은 거...” 서정희는 염정훈에게서 백지연에 대한 그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 말만 나오면 그는 속이 울렁거리고 역겨울 정도였다. “정훈 씨, 당신들이 어떤 관계인지 알고 싶지 않아.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 병에 관해서야.” 물컵을 들고 있는 염정훈은 긴 기럭지와 대비될 정도로 쩔쩔매는 모습이었다. 침대 옆에 앉은 그는 컵을 한쪽에 놓고는 감정을 최대한 진정시키고 말했다. “그래, 말해봐. 나 듣고 있어.” “나 퇴원 수속 좀 해줘.” “안 돼. 너의 지금 몸 상태는 여기를 나갈 수 없다.” 염정훈은 최대한 그녀를 설득하려 했다. “의사들이 이미 치료 방안을 협의하는 중이야. 나도 항암제를 찾고 있으니 자포자기하지 마. 어려운 일 아니야. 너는 그냥 치료에 협조만 하면 돼. 그러면 바로 나을 거야.” 그 말에 서정희가 피식 웃었다. “정훈 씨, 나도 의학을 공부한 사람이야. 요즘 내가 제일 많이 읽은 책이 의학에 관련된 책이야.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나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정희야...” “치료에 협조하라고? 지금은 두 가지 방법밖에 없어. 하지만 지금 내 몸 상태로는 분명 수술은 어려울 거야. 그러면 방사선치료나 항암치료밖에 못 할 거고. 하지만 두 치료 모두 부작용이 아주 커. 나의 지금 허약한 몸 상태로는 암세포 확산을 막을 수 없어. 그러다가 만약 내가 버티지 못하면 어쩌면 더 일찍 죽을 수도 있어.” 서정희는 염정훈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정훈 씨는 일단 나에게 항암치료를 하게 해 암세포 확산을 통제하려는 거겠지.” 서정희는 염정훈의 속마음까지 짐작하고 있었다. “맞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지금으로서는 그게 유일한 방법이야.” “하지만 나는 원하지 않아.” 그러자 염정훈이 계속 말을 이었다. “정희야, 지금은 화낼 때가 아니야. 네 몸에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