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0장
서정희가 기분이 다운된 것을 알아챈 이효연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며칠 간 사모님이 밥도 잘 못 드시고 지금 겨우 식욕이 생겨서 큰 사모님이 직접 식사 준비를 했대요.”
서정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휠체어를 타지 않고 천천히 거실로 걸음을 옮겼다.
앞치마를 두른 심여정이 말을 건넸다. “밥 다 됐어. 얼른 앉아.”
식탁 위에 놓인 정교한 백옥 도자기병에 오늘 꺾은 꽃이 들어 있었다. 이파리마저도 싱그러웠다.
서정희의 뇌리에 또 하나의 장면이 스쳤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따뜻한 실내에서 꽃꽂이를 하고 있는 서정희는 배가 똥똥하게 불러있었고 입꼬리도 살짝 올라가 있었다.
문이 열리고 염정훈이 화를 내며 들어왔다. 백지연이 임신까지 하고 있는데 왜 백지연을 찾아가 소란을 피웠냐며 화를 냈다.
염정훈은 서정희도 아이를 가진 몸이는 것을 까먹은 듯 했다.
팽팽한 분위기 속에 염정훈이 손을 들어 꽃병을 깼다. 꽃병에 들어있던 꽃들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쓰읍…” 서정희가 머리를 감쌌다. 무슨 영문인지 과거의 기억들이 불쑥불쑥 찾아왔다.
“아가야, 왜 그래? 머리 아파?” 심여정이 얼른 다가와 그녀를 감쌌다.
“저…”
서정희가 입을 열려고 하는데 또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거의 매일 혼자서 독수공방하며 꽃병 속의 꽃이 바뀌고 또 바뀔 때까지 결국 그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가야, 나 놀래키지 마! 왜 그래? 의사 불러 올까?”
서정희가 고개를 저으며 떨리는 손으로 꽃병을 가리켰다. “치워주세요.”
“그래그래, 바로 치울게.”
서정희는 한참이 지나서야 괜찮아졌다. 심여정이 열심히 만든 요리를 내놓았다. “난 요리를 그 쓰레기같은 남자를 위해서 배웠어. 생각해보니 우습게도 부모님한테는 한 끼 한 번 안 해 드렸더라고.”
과거의 기억들이 서정희의 뇌를 비집고 들어왔다. 염정훈을 위해 본디 수술칼을 들었어야 할 손으로 식칼과 주걱을 들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 기억들이 떠오를 때마다 서정희는 고통스럽게도 그 경험을 또 한번 겪어야만 했다.
심여정은 불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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