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3장

항암치료 후 7일째 되는 날, 서정희는 침대에서 천천히 내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항암치료 후 머리카락이 완전히 빠졌다. 서정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뾰족한 턱에 머리 위가 텅 비어 있었다. 그녀를 부축하고 있는 원희연은 무거운 분위기를 깨뜨리고자 한마디 했다. “정희 언니, 괜찮아요. 항암 약을 끊으면 머리가 다시 자랄 거예요.” 서정희는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겉치레는 있어 봤자 죽으면 다 소용없어지는 거예요.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해요.” “정희 언니, 이런 마음가짐이면 충분히 병마와 싸워 이길 수 있어요. 솔직히 언니는 머리카락이 없어도 지나가는 머리카락이 있는 사람보다 훨씬 더 예뻐요. 진심이에요. 언니를 보고 나서 알았잖아요. 왜 사람들이 그렇게 양귀비를 잊지 못하고 있었는지. 만약 내가 언니 얼굴이면 자다가도 벌떡 깨서 하늘에 절할 거예요.” “희연 씨, 바람 좀 쐬고 싶은데 부축해 줄래요.” “네.” 이곳은 A 시처럼 눈이 펑펑 내리지 않았다. 온도가 적당해 감기에 걸리지 않아 서정희가 몸조리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염정훈이 떠난 것을 알고 난 후, 서정희의 긴장도 많이 풀렸다. 자신이 조급해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천천히 치료하기로 했다. 반드시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안고... 강하지 않은 햇볕에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그녀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꽃잎이 바람에 날려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많은 생각에 잠겼다. 순진하고 얌전했던 모찌... 이제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 만약 그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모찌는 몇 년 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영적인 그런 고양이가 죽은 것이 정말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차안심,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소녀의 생기발랄한 얼굴은 잊을 수 없었다. 그동안의 모든 것이 눈앞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서정희는 힘들 때마다 그녀를 생각했다. 차안심이 겪는 고통에 비하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아파도 그녀는 참고 견뎌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