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5장
두 사람의 재회로 인해 서정희는 많이 밝아졌다. 심지어 농담을 건네고 있었다.
진아영은 서정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우리 정희가 드디어 그 감정에서 헤어 나왔네. 너무 기뻐.”
“그래,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는 게 죽는 것보다 고통스러웠는데, 민경이를 만난 후로 눈앞의 안개가 걷히고, 인생의 가치가 보이더라.”
진아영은 민경을 빤히 쳐다보더니 부러운 눈길로 혼잣말을 했다.
“그러게. 너무 좋겠다.”
“너도 이젠 어리지 않잖아. 배우자로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어?”
진아영이 아이를 너무 예뻐하자, 서정희는 몇 마디 더 물었다.
서정희의 착각인지 모르지만, 매번 아이를 언급하면 진아영의 표정이 어색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바로 화제를 돌렸다.
“워낙에 매력이 넘쳐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여기서부터 파리까지 줄 섰지만, 연애할 시간이 있어야 말이지.”
서정희는 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가볍게 웃었다.
“네, 그렇게 분주한 일상에서 시간 내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두 사람 사이에 그런 얘기를 하면 섭섭하지. 네가 부르면 자살하던 도중에도 미루고 널 만나러 오지.”
“아영아, 무슨 말을 그렇게 험하게 해. 자살이라니. 그런 말은 함부로 입 밖으로 내면 안 돼.”
“몇 년 만나지 않았더니 왜 이렇게 잔소리만 늘었어? 그런 거 다 미신이야. 예전에 운명을 믿지 않는다고 했던 게 너인 걸로 알고 있는데.”
서정희는 따뜻한 차를 몇 모금 들이마시더니 말했다.
“그건 어렸을 때 철 들지 않아서 그런 거고. 그때에는 내가 왠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런데 현실이 한 번 또 한 번 나를 짓밟았지. 그러고 나서야 거대한 우주 가운데 난 그저 먼지 같은 존재에 불과하구나. 아무리 발버둥쳐도 운명의 수레바퀴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아직 한창 나이인데 왜 노인 말투야.”
진아영은 손으로 턱을 괴고 말했다.
“이게 성장의 대가겠지.”
“그럼 앞으로 어떤 계획이야?”
서정희는 난감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