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5장

차연준은 깜짝 놀랐다. 진아영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병원에 있을 때 울고 소란을 피웠지만 이 말만은 끝내 하지 않았다. 차연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다시 한번 얘기해봐요.” 고개를 푹 숙인 진아영은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런 사이 지겨워요. 이제 끝내요.” 차연준은 그녀의 허리춤에 있던 손에 힘을 꽉 주어 그녀를 자신의 품에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 “방금 한 말을 취소할 기회를 마지막으로 줄게요.” “차 대표님, 그동안 잘 생각해 봤는데 이런 관계는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에요.” “원하는 게 아니라고요? 하.” 차연준은 냉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진아영의 턱을 들어 올렸다. “설마 아직도 차씨 집안 사모님이 되고 싶은 거예요?” 차가운 목소리와 조롱 섞인 눈빛이 그녀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진아영은 자기가 직접 이 말을 꺼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마터면 스스로 망신을 자초할 뻔했다. “아니요, 그냥 그만두고 싶을 뿐이에요. 그때 계약도 3년이었어요. 날짜를 계산해보니 이제 몇 달밖에 안 남았고요. 나에게 3개월 동안 휴가를 주겠다고 했죠? 그 시간들을 다 합치면 어림잡아 3년이겠네요.” “사직서예요? 왜? 대표님 비서를 충분히 했으니까 이제 다시 세일즈하고 싶은 거예요?” 진아영은 고개를 저었다. 까칠한 말투도 개의치 않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2년 넘게 힘들었어요. 이제 푹 쉬고 싶어요. 차 대표님, 우리 이만 끝내요.” “진 비서, 계약을 파기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죠?” 이렇게 말하면 진아영이 긴장할 줄 알았다. 어쨌든 그녀는 돈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아영은 전혀 긴장한 기색 없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래요, 원하는 만큼 드릴게요.” “배상해야 할 액수가 지난 몇 년간 일한 것을 합친 액수라면요? 그동안의 일들이 다 괜히 한 것이 된다면요?” 진아영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렸다. 차연준이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꼭 마치 그녀에 대해 전부 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