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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장

서정희는 주위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들이 어떤 신분이든 이 마을에 오면 이 마을의 규칙을 지켜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모두 나가세요.” 그 말에 원해인이 한송이를 타일렀다. “계집애야, 떠들지 마. 이곳은 A 시가 이니야. 게다가 너도 이 자식 살리기 위해 온 거잖아. 이 자식 살린 의사 선생님을 건드리면 어떡해.” 염정훈을 위해 한송이도 어쩔 수 없이 제숙에게 다가갔다. “할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며칠 동안 태아 오빠가 중독된 것 때문에 화가 너무 나는 바람에 실수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이미 80살이 훌쩍 넘은 제숙은 사실 어린 계집애의 말 따위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차갑게 그녀를 훑어보며 말했다. “그래, 앞으로 조심해.” 서정희는 제숙을 부축하며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았다. 서정희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한송이는 맞아 시뻘겋게 된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에게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원해인은 이런 한송이의 눈빛이 왠지 섬뜩하게 느껴졌다. 한송이는 신분이 심상치 않다. 염정훈에게 수혈해야 할 일이 있을까 봐 여기에 데리고 온 것이다. 한송이와 염정훈이 커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원해인은 두 사람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한송이는 분명 딴짓을 할 것이다. “됐어, 계집애야. 이 자식도 이제 별일 없어. 너 혼자 여기에 있는 것도 말이 안 되니 사람 시켜 너를 내보내 줄게.” “아저씨, 저 안 가요. 여기 남아서 태하 오빠를 돌볼 거예요!” 어릴 때부터 고집불통인 한송이는 원해인의 말을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아저씨, 걱정하지 마세요. 태하 오빠를 위해서라도 충동을 못 이겨 바보짓은 하지 않을 거예요.” 염정훈의 독이 풀리는 날이 저 여자와 늙은이가 죽음을 맞는 날이 될 것이다! 멀리 작은 대나무 집에 있던 소희도 그녀의 음흉한 눈빛을 눈치챘다. 물론 이제 갓 3살이 된 어린아이지만 마음은 절대 어리지 않다. 진작 세상 물정을 알아차린 녀석에게 유치함이라고는 전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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