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2화 매우 궁핍함

윤슬의 모습이 방문 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던 부시혁의 안 좋은 예감은 더욱 짙어졌다. 방금 윤슬이 떠날 때, 그 깊은 뜻의 웃음은 그가 술에 취한 동안 무슨 이상한 짓을 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그런 표정을 지을 리가 없다.. 그래서 자기가, 도대체 뭘 한 거지? 부시혁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 손을 들어 이마를 짚으며 술 취한 동안의 기억을 모두 되찾으려고 애썼다. 결국, 그 동안의 기억을 정말 되찾았다. 그는 정말로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라 단지 잠시 잊었을 뿐이다. 열심히 돌이켜보면 회상할 수 있다. 술에 취한 사이에 정신지체처럼 변했다는 생각에 부시혁은 어리둥절해졌다. 부시혁의 얼굴 표정은 변한 게 없지만 떨리는 눈동자가 그가 지금 인생에 회의감이 들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니! ‘내가 몇 살 먹은 어린애처럼 유치한 행동을 하다니, 어쩐지 윤슬이 우스갯소리를 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더라니.’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의 행동을 떠올린 후의 모습을 보고 비웃고 싶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부시혁은 깊은 자기 의심에 사로잡혔다. 술을 마시면 안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술에 취해서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고, 윤슬에게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윤슬이 이미 볼 건 다 봐버렸다. ‘윤슬의 마음 속에 내 영명한 이미지는 이제 다 없어졌고, 그 대신 어리석고 유치한 모습만 있겠지.’ 부시혁은 얼굴을 만지며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제 윤슬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몰랐다. 밖에 나가면 틀림없이 윤슬이 자신을 놀리는 모습을 볼 것이다. 부시혁은 눈썹을 비비며 온갖 생각을 다 했다.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밖에서 윤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시혁 씨, 다 됐어요? 밥 먹어요.” 부시혁은 얇은 입술을 움직이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응, 곧 나가."라고 대답했다. 힘없는 말투와 궁색함을 알아챈 윤슬은 눈썹을 치켜들었다. ‘보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