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3화 네가 도와줬지

부시혁은 덤덤한 눈빛으로 그를 한번 쳐다보았다. "이소은이 머리에서 뽑은 게 바로 윤슬의 머리카락이야." "뭐라고?" 성준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소은 머리에서 어떻게 윤슬 머리카락이 자라겠어? 농담이지? 그럴 리가 없잖아. 설마 윤슬의 두피를 뜯어서 자기 머리에 붙이기라도 했다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자 부시혁은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내 뜻은 이소은이 미리 윤슬의 머리카락을 머리핀에 끼워두고 머리에 꽂았다는 거야. 필요하면 언제든지 윤슬의 머리카락을 꺼내서 자기 머리카락인 척 친자확인을 할 수 있게." 그의 설명을 들은 성준영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랬구나. 그렇다면 이소은은 오래전부터 윤슬이 고도식 부부의 딸이고 진정한 고유정이란 걸 알고 있었다는 거야? 그래서 미리 윤슬의 머리카락을 손에 놓은 거지?" "응." 부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성준영이 이마를 찌푸렸다. "근데 이소은은 어떻게 윤슬이 고유정이란 걸 알았지?" 부시혁이 입을 열었다. "빨간 점 때문에." "뭐?" "단풍이 손목에 빨간 점이 있어." 부시혁이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러자 성준영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바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챘다. "그것 때문에? 그래서 이소은이 윤슬을 기절시키고 손목에 있는 점을 없앴구나. 윤슬 손목의 점이 계속 있으면 고도식 부부한테 발견될까 봐. 그럼 윤슬이 진짜 고유정이란 게 들킬 거고 자신의 신분이 들통날 테니까. 그래서 손을 쓴 거야. 그래서였어……." 그는 이소은이 왜 윤슬을 기절시키고 윤슬 손목에 흉터를 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엔 아무런 원한도 없었고 심지어 윤슬은 이소은을 다시 고씨 가문으로 돌아가게 한 은인이었다. 이소은의 이런 짓은 배은망덕과 다름이 없었다. 물론 이소은이 고씨 가문을 위해서 그런 거라고 할 수도 있었다. 고씨 가문으로 돌아가면 이소은은 고씨 가문의 사람이니 고도식을 대신해서 윤슬을 해쳤다는 것도 말이 되었다. 하지만 고 씨와 윤 씨의 원한이